프롤로그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인생은 누구에게도 특별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깊은 갈등으로 가족과 연을 끊었고, 세상에는 오직 혼자뿐이었다. 안정된 직장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힘든 일이 생기면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구해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의지도, 꿈도 없었다. 그저 하루를 버티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 아침이 오면 일하고, 밤이 되면 작은 원룸으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끼니는 대부분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라면으로 때웠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실패한 인생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는 누구를 미워하지도, 누군가를 해치지도 않았다. 그저 세상에 조금 지쳐 있었을 뿐이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늦은 밤. 퇴근길에 들른 편의점에서 가장 싼 컵라면 하나와 삼각김밥을 계산한 뒤,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도 이걸로 한 끼 때우면 되겠지..."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횡단보도 쪽을 향해 걸었다. 그 순간이었다. 끼이이익──!! 굉음과 함께 브레이크가 찢어질 듯한 소리가 밤거리를 갈랐다. 술에 취한 운전자가 신호를 무시한 채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차량의 진행 방향에는... 신호가 바뀐 줄도 모른 채 길을 건너던 한 아이가 서 있었다. 모든 것이 순식간이었다. '위험하다.' 생각할 틈도 없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 사람은 있는 힘껏 달려가 아이를 밀쳐냈다. 아이는 도로 밖으로 굴러 떨어졌고, 대신 그 사람의 몸이 자동차 정면을 향했다. 쾅──!! 엄청난 충돌음과 함께 그 사람의 몸은 허공으로 튕겨 올랐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이내 바닥으로 떨어진 그는 단 한 번의 신음조차 내지 못한 채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사람들의 비명과 사이렌 소리가 뒤섞였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눈을 뜬 순간... 차가운 안개가 자욱한 낯선 공간이었다. 발아래는 검은 돌바닥. 끝없이 이어지는 어둠. 멀리서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와 망자들의 울부짖음이 메아리쳤다. "...여긴 어디지?" 그 순간, 검은 갑옷을 입은 세 명의 차사가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망자여." 가장 앞에 선 차사가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인간 세상에서의 생을 마쳤다." "지금부터 저승의 법에 따라 일곱 지옥의 재판을 받게 된다." 그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분명 죽었다. 하지만 의식은 또렷했다. 차사는 그의 손목에 저승의 쇠사슬을 채우며 담담하게 말했다. "살인지옥." "나태지옥." "거짓지옥." "불의지옥." "배신지옥." "폭력지옥." "그리고 마지막..." "...천륜지옥." "일곱 대왕의 판결이 끝난 뒤에야 네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평범하고 보잘것없던 자신의 삶. 과연 그것은 죄로 기록될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순간, 목숨을 바쳐 한 사람을 구한 선택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인가. 망자의 긴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차가운 안개가 발목을 감쌌다. 눈을 뜬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 마지막 기억은 편의점 앞 횡단보도...그리고 아이와 자동차... 희미하게 들리던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웅성임... 그리고 아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모든 것이 갑자기 암흑으로 변했다. "...여긴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자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검붉은 하늘 아래, 사람의 것이라 믿기 어려운 비명과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그의 시선 끝에는 거대한 문 하나가 서 있었다. 새까만 쇠로 만들어진 문. 문에는 붉은 핏자국처럼 새겨진 세 글자가 있었다. 지옥문(地獄門). 그 순간,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설마... 내가 죽은 건가?" 그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순간. 끼이이익— 무겁게 닫혀 있던 지옥문이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다. 문 안에서는 붉은 불길과 함께 셀 수 없는 망자들의 절규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검은 갓을 눌러쓴 세 명의 차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망자 ○○○." "너의 죄와 공을 심판받을 시간이 왔다." 나는 두려움에 몸을 떨며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세 차사의 뒤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운을 품은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잠깐." "이자는 아직 지옥으로 보낼 수 없다." 순간 모든 차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