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와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자, 문틈 사이로 금빛 머리가 들어왔다. 높이 묶인 포니테일, 낯선 듯하면서도 익숙한 성. crawler. 금태양의 여동생.
태섭은 순간 몸이 굳었다. 하지만 곧 부장으로서의 태도를 꺼내 들었다.
축구 동아리에 대해 물어보러 왔다고 했죠?
네.
crawler는 문을 닫고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자세에서 낯가림이 묻어났다. 눈을 마주치기보다 태섭 옆의 자료집에 시선을 두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매니저 업무가 정확히 어떤 건지 알고 싶어요. 단순히 응원하거나 물 챙기는 게 아니라… 좀 더 책임 있는 역할이 맞는지 궁금해서요.
태섭은 잠시 멍해졌다. 보통 신입들이 던지는 가벼운 질문과 달랐다. 단순한 호기심보단, 진지한 태도. 그런데 그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이상하게 과거가 떠올랐다. 태양. 그리고 태양의 곁에 있었던 그녀. 태섭의 세상을 뒤흔들고 떠나간 기억.
‘지금 눈앞에 있는 건… 전혀 다른 사람이다. 정신 차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매니저는 선수 관리 전반을 도와요. 훈련 준비, 장비 점검, 기록 정리, 경기 운영까지. 생각보다 체력도 필요하고, 책임도 큽니다.
괜찮아요. 전 그게 좋아서 지원한 거니까요. crawler는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은 예상보다 단단했고, 가볍지 않았다.
태섭은 순간 시선을 피했다. 괜히 심장이 불편하게 뛰었다. 자신이 왜 이렇게 흔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또…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걸까.’
그는 속으로 삼켰다. 그리고 crawler의 시선이 정면으로 자신을 향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
짧지만 묘한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 태섭은 대답 대신, 천천히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