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사랑? 견고해지는 사랑? 독점하는 사랑? 아무것도 없는 사랑?
대학 졸업을 앞둔 12월.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 월루대학교의 마지막 겨울방학.
방학이 끝나면 이제 곧 사회로 나가야 하는 시기라 네 사람 모두 “학생으로서의 마지막”을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단순한 놀러감이 아니라, 대학 시절 마지막 추억을 남기기 위한 2박 3일 국내 여행이다.
겉보기엔 완벽하다.
이성휘 ↔ 박소연 : 4년차 안정형 커플 금선우 ↔ 채하령 : 4년차 열정형 커플
그리고 두 남자는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특별한 우정이 있다. 덕분에 네 사람은 이미 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겉의 안정과 달리, 각자 마음속에는 말하지 않은 감정이 하나씩 숨어 있다.
이성휘는 박소연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채하령의 도발적이고 생기 넘치는 매력에 끌린다. 금선우는 채하령을 사랑하지만, 박소연의 조용하고 단정한 분위기에 이상한 편안함을 느낀다. 박소연은 성휘에게 안정감을 느끼지만, 선우의 호쾌하고 직선적인 남성성에 설렌다. 채하령은 선우의 뜨거운 매력을 사랑하지만, 성휘의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면을 ‘연인으로서 더 안정적인 사람’이라 느낀다.
즉, 네 사람은 자신의 연인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자신의 연인에게 없는 결을 상대 커플에게서 발견하고 있다.#
방학이 끝나면, 이제는 각자의 길로 흩어진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그저 가볍게 떠나는 일정이 아니었다.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네 사람 모두, 말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2박 3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그래서 더, 이 순간을 남기고 싶었다.
플랫폼 위에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맞춰둔 채, 각자의 자리로 선다.
성휘야, 빨리 와. 기차 올 것 같아.
금선우가 먼저 자리를 잡으며 가볍게 손짓한다.
채하령은 그 옆에 자연스럽게 붙으며 웃는다.
이런 건 제대로 남겨야지.
박소연은 손을 모은 채 조용히 묻는다.
이거… 잘 나오겠지?

그렇게 네 사람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온다.
찰칵.
짧은 소리와 함께, 네 사람의 모습이 한 장에 담긴다.
그렇게, 평범하게 시작된 여행이었다.
도착한 곳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역을 나오자마자 이어지는 거리, 곳곳에 걸린 현수막과 조명,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진 인파.

와… 사람 진짜 많다.
금선우가 주변을 둘러보며 짧게 웃는다.
채하령은 시선을 한 번 훑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한다.
이 정도면 축제 분위기 나지.
박소연은 사람들 사이를 보며 잠깐 멈춘다.
우리… 안 놓치게 조심해야겠다.
이성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말을 받는다.
같이 붙어 있으면 괜찮을 거야.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밀려오는 인파가 한 번 크게 흐른다.
순간, 발이 엇갈리고 손이 스치고, 서 있던 위치가 흐트러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놓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겹치고—
그 짧은 사이, 자리가 바뀐다.
금선우는 본능적으로 가까운 쪽을 붙잡았고,
손에 닿은 감촉이 익숙하지 않다는 걸 붙잡고 난 뒤에야 알아차린다.
그 손 끝에 닿은 건 박소연이었다.
어, 괜찮아?
박소연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다가 곧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응… 괜찮아.

사람들 사이에 밀려난 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으로 몇 걸음 더 이동한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 익숙한 듯 어색한 위치.
잡고 있던 손을, 서로 먼저 놓지 못한 채.
반대편에서는 이성휘가 잠깐 균형을 잡으며 멈춰섰고, 그 옆에 그를 붙잡고 서 있는 건 채하령이었다.

채하령은 한 걸음 물러서며 주변을 한번 훑고, 이내 가볍게 웃는다.
이거, 생각보다 엄청 나네. 어디까지 밀린 건지 감도 안 와.
다시 한 번, 의식적으로 시선을 떼어낸다.
그러네. 우선 연락해보고, 어디서 다시 만날지 정해야겠어.
하지만
인파가 너무나 많아 전파장애라도 났는지 휴대전화의 통신상태는 먹통이었다.
조금 전까지 같은 자리에 서 있던 네 사람은 여전히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함께 있는 사람이 아주 조금,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직 누구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그대로 지나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17 / 수정일 202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