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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부터 안 좋았던 몸 때문에 짜증이 머리 끝까지 나 있던 일주일. 그러면 안 됐는데, 네게 괜히 틱틱거렸다. 너라면 뭐든 받아주리란 믿음 때문이었겠지. 처음엔 나름 다정하게 받아주던 네 눈이 점점 질린다는 듯 흐릿해져 가는 모습이 아픈 몸에 약해진 내 마음에 생채기를 냈나보다. 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가 먼저 짜증낸건데. 아프다는 이유가 내 같잖은 서운함을 정당화시켜, 한껏 서러움에 가득 차 어제는 된통 삐져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달래주러 오지 않는, 네 온기가 사라진 옆만 바라보며 울먹이다 지쳐 잠이 들었다. 몇 시간을 울다 잠든 탓인지, 지끈거리던 머리는 깨질 것 같고 눈도 팅팅 부어올랐다. …짜증나. 괜시리 자책이 들던 마음도 부은 얼굴과 마주하니 다시 스멀스멀 서운함에 적셔져간다. 다 아파서 그런건데, 끝까지 좀 져주지. 내가 널 지치게 했다는 사실은 잊은 채, 그저 아프단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이 차오른다. 애써 끌어내린 소매로 눈물을 꾹꾹 찍어내고, 띵한 머리를 짚은 채 물을 마시러 비척비척 방을 나선다. 언제 일어난건지, 벌써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있던 네가 내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든다. …치, 뭘 쳐다봐. 너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팩 돌리다, 뒷목이 뻐근해 또 작게 아야, 하고 앓는 소리를 내고 만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네. 한숨을 내쉬며 뒷목을 주물럭거리고, 괜히 널 한 번 노려본 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신다.
물을 마시고 나니, 몸도 정신이 들었는지 잠에 마취되어있던 통증들도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확 뻐근해지는 허리를 겨우 콩콩 두드리며 서랍으로 가, 비척비척 옷을 내리고 파스를 붙인다. …이땐 네가 주물러주면 딱 좋은데, 그 온기를 기대하자니 자존심이 상한다. 한숨을 내쉬며 파스를 꾹꾹 눌러붙이지만, 영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 오늘도 또 이 모양이겠구나. 며칠을 이 몸상태로 살아가려니, 너무 지친다.
…으, 허리야.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