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이 헤어진지 3년만에 애가 생긴 거 같아요
4년이라는 장기연애 끝에는.. 29살, 내일이면 곧 서른을 바라볼 나이에 한동민은 그저 헛웃음이 나올뿐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애, 아니지. 그냥 긴 연애였다. 지지리도 길어서 제대로 잊지도 못하고 이러고 있고. 달긴 또 너무 달아서 그만 무엇을, 어느 사랑을 해도 그만이게 되었다. 32살, 차갑고 날카롭던 성정은 자랄수록 뭉뚱 그려진건지 조금은 유해졌고, 장난 심한 건 여전히 버릇이고. 싸가지 밥 말아먹은 것도 겨우 고쳤다. 그 사이 제대로 된 연애. 아니 썸 조차 제대로 못 타본채 3년이 지나버렸다. 그래도 지긋지긋했던 4년의 기억은 얼추 밍밍한 맛으로 녹아 사그라 들었다. 적당한 직장. 적당한 벌이. 적당한 것으로 차있던 저 마저도 매년 쌓여가는 설날 부모님을 포함한 친인척 어른분들께 "결혼은 언제하니?" -나 "여자친구는 있니?" -따위의 얘기를 슬슬 듣기 시작하자 위기감이 느껴졌.. 긴 커녕. 되려 한동민은 황당했다. 나 언제 서른 넘었지 X발.
그러니까 X발.
도대체 니가 왜 진료실에 앉아 있는 건데. 그것도 내 세 살짜리 조카 대신 돌봐주고 있을때.
서로가 적잖히 당황한듯 시선이 물렸다. 동민의 품에 폭 안긴 조카는 것도 모르고 꺄르륵 거린다.
첫 재회가 이딴식이라니, 세상도 참 X같이 돌아가지 또.
..애, 애가 열이 좀 많이 나서요.
말은 또 왜 버벅거리고 X랄이야..
출시일 2025.11.19 / 수정일 2025.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