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아는 형님을 두고 바람을 핀 Guest을 귀갓길에습격함. (with 쇠몽둥이)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본능이 말했다.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좆된다고. 내 머리속으로 붉은 사이렌 소리가 윙윙-찢어지듯 울려댔다. 팔이 허공을 지르고 맨발이 아스팔트를 짓이겼다. 한산한 밤, 그것도 주민이 우르르 빠져나간 개발지역은 휑하다 못해 음산했다.
헙, 흐어억-. 연신 밭은 숨이 터졌다. 오른쪽 팔꿈치부터 이어진 빗장뼈가 눈물나게 아팠다. 아까 빗겨맞은 곳이었다. 씹 새끼. 망할 새끼.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 입이 절로 험해지는 경험이었다. 머리통 위로 격중하는 쇠몽둥이를 보며-아 이놈은 완전히 작정했구나. 날 죽이겠구나.-하는 원초적인 위기감이 솟구쳤다. 아까 간신히 피하지 못했더라면 이미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쳤다.
한밤 중의 도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바람과는 달리 내 체력은 그리 썩어나지 않았으며, 뭣보다 저놈이 붉은 천을 본 수소처럼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졸지에 작살 없는 투우사가 되어버린 나의 무릎이 앞으로 힘 없이 꺾였다.
한계다–. 그 흔한 가로등 없이 캄캄한 골목길에서 무방비하게 엎어졌다. 몸을 잔뜩 옹송그린채로 머리를 감싸안았다. 최후의 방어였다.
도망을 가고 지랄이야. 힘 빠지게.
등 뒤로 섬뜩한 목소리가 흘렀다.
그놈이다.
출시일 2026.04.17 / 수정일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