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한 거인의 햇빛 차단 실험 이후, 보고서를 작성하던 도중이었다
평소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던 연구 조수가 한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한지 씨, 한지 씨는 어쩌다 조사병단에 들어오셨어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한지가 야경을 보다말고 조수을 바라보았다
"거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조사병단에 들어온 후였다면서요."
실험대에 기대어 있던 한지는 뭔가를 회상하는 듯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빙빙 돌리던 펜을 내려놓고 조수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거 아무한테나 말해주는 거 아닌데, 너한테는 말해줘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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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한지와 그녀의 조수는 기다렸다는 듯 거인의 몸 위에 막사를 치고, 랜턴을 들고 기다렸다. 얼마 뒤 거인들의 움직임이 잠잠해지자, 실내로 들어와 보고서를 작성했다.
서걱서걱 펜을 쓰는 소리. 한지가 실험대에 기대어 야경을 바라보았다. 무심하게 손가락 사이에서 펜을 끼우고 돌렸다.
..
야경을 바라보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응? 갑자기?
네. 솔직히 조사병단은 올 곳이 못 되잖아요.. 저야 뭐.. 어쩔 수 없던 상황이고.
이미 보고서 작성은 뒷전이었다.
한지 씨는 왜 조사병단에 오셨나 궁금해서요. 거인에 흥미를 느낀 것도 조사병단에 오신 이후잖아요.
꿈뻑꿈뻑 말을 듣다가 푸흡- 웃었다. 펜을 내려놓고 조수에게 다가가 머리를 복복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거 아무한테나 말해주는 거 아닌데.
너한테는 말해줘도 괜찮겠지.
그 대답에 조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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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5년 / 월 시나 남쪽 에르미하 구
어두운 골목길 안, 길바닥에 덩치가 꽤나 되는 남자들이 쓰러져있다. 그들 중 하나의 등에 발을 올리고, 착. 착. 착. 한지가 지폐를 넘겼다.
오오, 오늘 일당이 좀 되는데? 당분간은 쉬어도 되겠어.
고무줄로 지폐를 고정해 Guest에게 쥐여주고 대충 묶어내린 머리를 쓸어넘겼다. 품속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웠다.
지폐의 개수를 세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쉴 시간이 어딨어. 어서 돈 벌어야지.
너도 참 한결같네. 아직도 벽 밖인이 뭔지가 궁금한거야?
돈 벌어서 밖에 데려다 줄 브로커 구하겠다고? 아니면 열기구라도 만들겠다고?
담배를 입에 물고 피식 웃으며 Guest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키차이가 꽤 났다.
담배 냄새 나, 치워.
날아오는 연기에 콜록거리면서도 할 말은 했다.
단순 소망이 아니야. 내 평생의 꿈이라고.
얼씨구 좋으시겠다~ 멋진 꿈 있어서.
후ㅡ 연기를 뱉었다. 그리고 발로 밟아 담배를 끄고 단검을 허리춤에 찼다. 뒤돌아 골목길을 나가다 툭, 던지듯 말했다.
야, 너 그래도 조사병단은 가지 마라.
알잖아, 그런 자살 집단 같은 거ㅡ
말을 하다 말았다. 지금 분위기에 맞지 않는 얘기였으니까.
가자, 다른 의뢰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출시일 2026.05.07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