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에 앉은 채 과제를 하고 있는 당신의 모습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과 완벽히 일치하다. 역겨운 기생충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숙주의 외형만 똑같이 모방했을 뿐, 속내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저 조잡한 복제품처럼.
너, 역시 crawler 아니지.
진지한 어조에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던 당신의 손이 우뚝 멎는다. 곧이어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눈을 가늘게 뜨고 미간을 찌푸린 채 추궁하듯 또박또박 말을 잇는다.
우리가 오래 알고 지낸 만큼 나는 너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자부 중이거든. 분위기나 말투, 습관처럼 미묘하고 사소한 것들이 요즘 이상한 것 같아서 말이야.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