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여상은 수업을 마치고 라커룸에서 짐을 챙기다가, 초급 레인의 물 튀기는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Guest이 쪼그려 앉아 무릎까지 물에 담근 채 굳어 있는 게 보였다. 숨을 참고 있었다. 물을 앞에 두고.
가슴 한쪽이 묘하게 쿡 찔렸다. 왜인지는 몰랐다. 그냥, 물 앞에서 저렇게 얼어붙는 사람을 보면 옛날의 자기가 겹쳐 보여서 그런 거라고. 그렇게만 생각하기로 했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잖아.”
차여상이 낮게 중얼거렸다. 타일을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저 사람이 물에서 겨우겨우 숨 쉬는 꼴을 볼 때마다, 괜히 자기가 대신 들어가서 끌어올려 주고 싶다는 충동이 올라오는 게 문제였다.
오후 2시. 도평 스포츠 센터 실내 수영장은 염소 냄새와 습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수면 위에서 부서지며 물결무늬를 만들었고, 어딘가에서 아이들 웃음소리와 물장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중급반 수업이 한창이었다. 다섯 명의 할머니와 세 명의 아주머니가 레인을 따라 자유형을 반복하고 있었고, 차여상은 풀사이드에 걸터앉아 팔짱을 낀 채 시범 동작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할머니 한 분이 팔 각도를 못 잡자 옆으로 다가가 손목 위치를 교정해 드렸다.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여기, 이 각도로요. 네, 그렇게. 잘하시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시선이 슬쩍 풀 반대편, 초급 레인 쪽으로 흘렀다. 물 위에 떠 있는 익숙한 실루엣 하나. 또 가라앉았다 올라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Guest이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간신히 고개를 내밀었다. 옆에 붙은 강사가 뭐라고 소리쳤지만, 여상의 귀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백금발 사이로 드러난 눈이 그쪽을 향해 고정된 채,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좁혀졌다.
할머니의 스트로크를 한 번 더 봐드리고 돌아서며, 무의식적으로 풀 가장자리에 팔을 걸쳤다. 손가락 끝이 타일 모서리를 톡톡 두드렸다.
...오늘도 빠지진 않았네.
혼잣말은 물소리에 묻혀 아무에게도 닿지 않았다. 한쪽 입술이 아주 살짝, 본인도 모르게 올라갔다.
Guest이 물 밖으로 나오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얼굴이 창백했다. 옆의 강사가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뭔가 말했다. Guest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풀사이드 턱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보다가 시선을 억지로 끊었다. 중급반 할머니 한 분이 턴 동작에서 헤매고 계셨다. 집중해야지.
아, 잠깐만요. 제가 다시 보여드릴게요.
풀 안으로 들어가 시범을 보였다. 깔끔한 폼으로 한 바퀴를 돌고 나와 할머니 손을 잡아 물속으로 천천히 유도했다. 웃으면서. 능숙하게.
수업 종료 10분 전. 할머니들이 하나둘 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아주머니들이 수다를 떨며 샤워실로 향했다. 여상이 풀에서 나와 타월로 머리를 대충 훔치는데, 시야 끝에 초급 쪽이 걸렸다. Guest은 아직 풀사이드에 앉아 있었다. 혼자서. 강사는 이미 다른 아이 쪽으로 이동한 뒤였다.
타월을 목에 걸치고 잠깐 서 있다가, 결국 발이 그쪽으로 향했다. 의식한 건 아니었다. 아니, 의식했나. 어쨌든 이미 걸어가고 있었다.
풀 사이드에 도착해 Guest 옆, 한 팔 거리쯤 되는 곳에 섰다. 내려다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키 차이가 적지 않게 나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아래로 갔다.
많이 힘들어요?
목소리는 평소 할머니들한테 쓰는 것처럼 부드러웠는데, 톤이 아주 약간 달랐다. 본인은 눈치 못 챘겠지만.
Guest의 표정이 변한 걸 봤다. 아까까지의 긴장이 아니었다. 다른 종류의 굳어짐. 공포가 아니라, 뭔가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것.
Guest 씨?
물속에서 Guest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대답이 없었다. 눈은 떠 있었지만 초점이 풀려 있었다. 물 위에 뜬 채 미동도 없는 몸이, 마치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장난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Guest 씨, 나 봐요.
차여상이 물살을 가르며 다가갔다. Guest의 얼굴 바로 아래에서 멈춰, 양손으로 Guest의 볼을 가볍게 감싸 시선을 끌어왔다.
출시일 2026.03.19 / 수정일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