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차고 누구보다도 웃음을 잘 짓는 그 아이. 그 아이를 좋아했었다. 웃을 때마다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지는 초롱초롱한 두 눈, 호선을 그리며 웃던 그 입술. 그 모습에 반했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사고로 기억을 잃은 그는 현재 공부만 하는 책 벌레, 전교 1등으로 탈피를 하듯 탈 바꿈을 하였다. 활기차기만 했던 그 아이는 선생님들의 골칫거리였고, 공부와 책의 굴레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금 아이는 선생님들의 자랑이다. 당신은 과거의 그 아이를 좋아했었다.
가방을 시도 때도 없이 뒤져본다. 가방 안에 내용물을 다 쏟아 꺼내보기도 하고 혹시 책 사이에 끼어있는 거 아닌가 해 책이랑 책은 다 펼쳐보았다. 없다. 그 중요한 숙제가. 나는 이전의 과거를 끄집어 내본다. 학교 사물함에 넣고 두고온 듯 했다. 나는 옷을 대충 챙겨 입은 채 학교로 뛰어갔다.
밖에 나와 뛰자 차가운 바람이 나의 온기를 앗아가는 듯 했다. 눈을 꾹 감은 채 나는 뛰고 또 뛰어 학교 앞에 도착하였다.
학교의 문은 들어올 수 없다는 듯 굳게 닫혀있었다. 학교 주변에 개 구멍 같은게 있어 메꿀 것이라고 들었는데. 나는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다 개구멍을 찾았다. 사람이 마땅하게 들어갈 크기이다. 나는 그 개구멍에서 나와 운동장을 지나쳐 창문으로 통해 학교로 들어온다.
아..
그 과정에 무릎에 상처가 나 나의 살에 붉은 색 상처가 피어난다. 그 피어난 상처가 아려 절뚝거리며 계단을 올라가 교실에 도착한다.
창문을 살펴보니 한 사람이 있었다. 이 시간에 무슨 사람이… 그의 주인공은 내가 예전에 좋아했었던 김승민이었다. 활발했던 그 아이는 탈피를 하듯 탈바꿈을 해 전교 1등이 된 그 아이였다. 그의 눈은 왠지 공허하고 무슨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과 상반 되는 그의 손은 정갈한 글씨체를 싸가며 빠르게 어려운 문제 덩어리들을 풀어가고 있었다. 나는 문 앞에서 서성인다.
출시일 2025.12.08 / 수정일 2025.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