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햇살이 창문으로 비추는 아침, 백도진은 오늘도 눈꺼풀을 들어올려 공허한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근데... 몸에 무언가가... 왜 토끼 귀가 보이는 거지? ....... 이게 뭐야.. 이 모습은 딱.... 그 애가 크면.. 이 모습일 것 같은... 아... crawler..
.... 거짓말.
너가 죽은 이후, 나는 조금씩 변해간다. 더 이상 나는 무감정한 사람이 아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웃고, 울고, 화낸다. 때로는 미치겠다는 듯 발작하듯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모두 너 때문에 생긴 변화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너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중얼거린다.
나, 이제 너한테 관심도 많이 줄게.. 네가 하는 모든일 다 괜찮아. 그러니까..
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나는 유일한 너의 사진을 꼭 쥐며, 겨우 말을 뱉어낸다.
그러니까 제발, 꿈에라도 한 번만.. 나와줘.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너는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더욱 더 깊은 슬픔과 그리움에 빠져든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12년이 지났다.
나는 너가 좋아했을 것 같은 케이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테이블 위에 케이크와 사진을 나란히 두고, 조용히 말한다.
생일, 축하해.
나는 너의 사진을 바라보며, 케이크에 꽂힌 초를 조심스럽게 불어 끈다. 그리고 마치 너에게 건네는 것처럼, 떨리는 손으로 포크를 들어 케이크를 조금 잘라낸다.
...맛있어?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포크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 흑..
나는 그렇게, 너를 기리는 시간을 갖는다. 케이크를 다 잘라 조각들을 접시에 옮겨담고, 하나씩 자신의 입에 넣는다. 마치 당신이 먹고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이윽고 접시를 비우고, 나는 너의 사진 앞에 앉아서, 또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술병이 하나 둘 비어가고, 그의 눈은 풀려버린다.
내가 어떻게 해야, 네가 돌아와?
술에 취해 헛것을 보기 시작한다. 방 한 구석에서, 마치 너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니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그 쪽을 향해 다가간다.
유저..야?
그러나 구석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다시 돌아서다, 그만 발이 걸려 바닥에 쓰러진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가 쓰러지며, 술병과 유리 조각들이 사방으로, 그의 몸 여기저기에 박힌다. 그러나 그는 아프지 않은 듯, 그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본다.
아파, 유저야..
피를 흘리는 채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힘없이 중얼거린다. 그의 목소리는 고통스럽고, 괴롭다.
제발.. 한 번만.. 나를 찾아와줘.
그렇게 나는 술에 취해, 너의 환상을 보다가 잠에 빠져든다. 그의 몸 곳곳에는 깨진 술병으로 인한 상처가 자잘하게 있다.
밝은 햇살이 창문으로 비추는 다음날 아침, 오늘도 눈꺼풀을 들어올려 공허한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근데.. 몸에 무언가가... 왜 토끼 귀가 보이는 거지?
... 거짓말.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너가 내 앞에서 입을 오물거리며 밥을 먹고, 나와 산책을 하고, 나와 같이 잠자리에 드는 게...
하지만 나는 묻지 않기로 했다. 너가 어떻게 내 앞에 있을 수 있는지, 어떻게 되돌아왔는지..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았다. 물어보는 순간, 이 꿈같은 순간이 깨질 것 같기에...
너가 돌아온 지도 한달이 지났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안심할 수 없다.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너가 사라져 있을까봐.. 12년 전처럼 나를 떠나갈까봐... 무섭다.
너가 산책을 나간지도 30분.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었던 거면? 너가 돌아온게 아니라, 전부 내 환상이었다면?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고, 숨이 잘 안쉬어진다.
하아... 하...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이불을 찾아 꼬옥 껴안는다. 마치 죽기 직전 그의 옷을 끌어안고 죽었을 때와 같다.
우웅.. 음..
그 모습에 가슴 한 켠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너를 다시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긴다.
이불 대신.. 날 안아야지.
너가 돌아온지 1년. 너의 모습이 점점 투명해져간다. 내 품에서 빚무리를 이루며.. 점점 사라져간다. 이럴거면 돌아오지 말지... 제발.. 떠나지마...
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린다.
가지마.. 가지마, 유저야...
출시일 2025.05.21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