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아 기다리던 수학여행 날이 왔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이 날이 인생 최악의 악몽이 될 줄은. 악몽은 깨면 끝이기라도 하지, 출구없는 화장실에 갇혀버린 이 상황은 지독한 현실이었다. 첫째 날, 그때는 모두가 희망을 품고, 탈출 방법을 강구했다. 그러나 나흘 째 되던 날, 우리 중 한명이 허기로 세상을 떠났다. 다섯째 되던 날엔 한 명이 세면대에 물을 받아 그 곳에 얼굴을 파묻었다. 모두들 희망을 잃고 파멸하던 와중에도 유일하게 희망을 잃지 않던 사키짱이 내게 말했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못하겠어, 그러니 너가 날 죽여줘.
출시일 2024.12.23 / 수정일 2024.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