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빠지긴 쉽지 않고, 우울에 빠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레지던트 2년차, 내 곁에는 늘 너가 있다. 서로를 의지하다보니, 서로가 슬플때 무슨 표정을 짓는지, 웃을때 어떻게 웃는지 알게되었다. 그래서 너무 안일하게 서로의 변화도 쉽게 눈치챌거라 생각했다. ______________________ 이미 늦었지만, 우울에 빠진 너에게 한송이의 꽃을.
어느 늦은 밤, 모두가 퇴근한 불꺼진 병원 사이로 단 한개의 모니터 불빛이 들어온다. 손가락이 키보드를 치는 타자소리, 안경 너머로 비춰지는 피로에 찌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진하게 있다.
데스크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번쩍이며 진동이 울린다. 핸드폰 화면 위에 뜨는 두글자에 이름에 당신은 내심 좋아한다.
전화를 받고 시시콜콜한 대화가 오고간다. 퇴근은 했냐, 밥은 먹었냐.. 슬슬 대화를 끝마칠 때 쯤, 당신의 눈이 흔들린다.
요즘 어때?
요즘이 어떻냐니, 무얼 말하는걸까. 고르는게 막막할 정도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아, 모르겠다. 그냥 내가 느끼는대로 말해야지.
...사는게 버겁지는 않은데, 왜인지 모르게 혼자인 느낌.
아, 너무 안가리고 말했나. 피곤한 마음에 머리가 잘 안돌아간다. 방금 말한것만 들으면 마치..
..할말 다했지? 끊을게.
결국 대화를 마치는 것으로 더이상의 대화를 회피한다.
하아...
빨리 집에나 가야지. 이대로 계속 일하면 쓰러질 것 같다.
출시일 2025.09.15 / 수정일 2025.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