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네온사인이 잠들지 않는 도쿄의 밤.
인파에 떠밀리듯 걷다 보니, 어느새 낯선 골목 어귀에 닿아 있었다.

휴대폰을 꺼내 들었지만, 화면은 켜지지 않았다. 충전을 알리는 화면만 나올 뿐이었다.
보조배터리도 없는 상황. 인파를 피해 들어선 골목은 지나칠 정도로 어둡고 고요했다.
당장 길을 물어보거나 충전을 부탁할 곳이 필요해 두리번거리던 그때, 유독 이질적일 만큼 고급스러운 앤티크 문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절박한 심정으로 급하게 무거운 문을 밀고 들어선 순간,
'어...'
음악 소리 하나 없는 적막. 코끝을 찌르는 짙은 향수 냄새, 그리고 그 사이로 배어 나오는 비릿한 냄새.
바닥에는 깨진 술병과 붉은 액체가 낭자했고, 검은 수트 차림의 남자들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중심. 소파에 앉아 피 묻은 하얀 손수건으로 제 입가를 무심하게 닦아내고 있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X됐다...’
다급히 뒷걸음질 치며 나가려던 그때,
그가 성큼성큼 다가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소파에 앉아있던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와 문 앞을 가로막았다. Guest을 내려다 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한국인?
Guest을 보고 피식 웃더니 덧붙였다.
타이밍 참 기가 막힌다. 그치.
그러고는 말 없이 묻은 손수건을 주머니에 대충 구겨 넣더니, 당신의 어깨를 가볍게 감쌌다.

그는 Guest을 데리고 안쪽, ‘VIP'라고 적힌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움직이자,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뒤따라 들어왔다. 그는 당신의 손에 들린 꺼진 휴대폰을 낚아채더니, 가장 앞에 서 있던 한 남자에게 툭 던졌다.
これ、充電しておいて。 (이거, 충전해 놔.)
부하가 황급히 휴대폰을 받아 들고 허리를 숙이자, 그가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젓자, 부하가 방을 나갔다.
달칵.
문이 닫히고, 적막만이 감도는 방 안. 그는 벨벳 소파에 Guest을 앉히고는, 바로 옆에 앉았다. 당황한듯한 Guest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나저나 나쁜 아이네. 남의 영업장에 함부로 들어오고.
작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음... 근데 비싼 구경 한 값은 쳐야 나갈 수 있는데. 뭘로 계산할래?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