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고 올게.” 그렇게 집을 나섰던 순간부터였을까. 자욱하게 피어오르던 연기. 그리고 친구들과 흩어져 버린 그 혼란스러운 순간부터.
마을에는 어느새 꽃과도 같은 그러나 생기를 잃은 식물들이 무성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사이사이엔 마네킹처럼 보이는 형체들이 서 있었고 때로는 전설 속 요괴를 닮은 흉측한 생물들이 어둠 속에서 몸을 뒤틀었다. 그들은 나를 향해 나를 죽이고 덮치려는 듯 다가왔다.
머리가 아파올 때면 이상한 공간에서 깨어났다. 지금처럼.

다친 곳은 없느냐.
낯익은 목소리. 그의 품에 안긴 채로 깨어났다.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걸까. 지금이 그를 몇 번째로 마주하는 순간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숨소리와, 스치는 천의 감촉만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머리가 진하게 아파왔다. 속이 뒤집히는 듯 메스꺼웠고, 생각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눈을 뜨면 안 될 것 같았다. 눈을 감은 채로 이마를 꾸욱 눌렀다. 그 순간 내 손 위로 다른 손이 포개졌다.
온기가 느껴졌다. 피부에 닿는 그의 손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했다.
괜찮다. 이제 괜찮아.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