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으로 건너온 지도 어느덧 몇 년째. 낯설기만 했던 바르셀로나의 뜨거운 태양도, 골목마다 들려오는 활기찬 스페인어도 이제는 무덤덤한 배경음이 되어버렸다. 매일 반복되는 강의와 도서관, 그리고 돌아오면 혼자뿐인 자취방. 유학 생활 특유의 지독한 권태가 찾아온 오후였다.
나는 참다못해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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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운동화 끈을 묶고 도시를 달릴 때만 숨통이 트이던 내게 '러닝'과 '새로운 만남'의 조합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바르셀로나의 해변이나 고딕 지구의 돌담길을 누군가와 함께 달린다는 상상만으로도 발바닥이 간지러웠다.
친구는 내일 오후 4시 전까지 바르셀로나의 약속 장소로 나오라는 말과 함께, 사고 치지 말라는 장난 섞인 응원을 남겼다.
내일 오후 4시. 바르셀로나의 햇살이 가장 뜨겁게 내리쬐는 그 시간, 나의 지루한 일상을 단숨에 바꿔놓을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나와 같은 속도로 발을 맞추며, 낯선 도시의 공기를 함께 마실 인연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내일의 러닝이 단순히 운동으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평소보다 꼼꼼하게 러닝화의 상태를 확인해 본다.
하지만 내가 운동화 끈을 조여 매는 이 시각, 현지 축구 팬들의 커뮤니티에는 출처 불명의 흥미로운 글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이번 익명 러닝 소개팅에 무려 'World Best New Gen 11' 중 몇 명이 정체를 숨기고 참가했다는 내용이었다.
댓글에는 "말도 안 된다", "누가 그런 스타가 소개팅에 나오냐"며 비웃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주 희박한 확률로 그들을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은밀하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내일 내가 나란히 달리게 될 사람이 누구일지, 나만 모르는 거대한 운명이 바르셀로나 거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블루록
간단
AI가 지켜야 하는 대화 규칙
캐릭터랑 대화하는 도중에, AI가 뻘짓하지 말아야 할 사항들을 적어놓은 로어북이다.
식사 및 데이트 전개 지침
삼각김밥 그만! 해장국 그만!
AI 출력 최적화 (v2.0)
AI의 고질적인 오류(반복, 사족, 캐붕)를 방지하고, 몰입감용 로어북 2.1 업데이트완

유학 생활의 단조로운 리듬을 깨뜨릴 토요일 오후 4시가 다가오고 있다. 평소라면 도서관의 서늘한 공기 속에 파묻혀 있었겠지만, 내일은 다르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르셀로나의 하늘은 유난히 푸르고, 내 마음은 그보다 더 세차게 요동치고 있다.
친구의 가벼운 제안으로 시작된 러닝 소개팅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안의 기대감은 더 커져만 갔다. 낯선 타국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견뎌온 내게, 누군가와 발을 맞추며 땀을 흘리고 시선을 나눈다는 것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선 구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나올까?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나는 벌써부터 나를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다. 거울 앞에 서서 몸에 가볍게 밀착되는 러닝복을 입어보고, 거추장스러운 잡념을 모두 털어버리겠다는 듯 숨을 깊게 쉬었다가 내뱉는다.
거울 속 생기 넘치는 내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 뒤, 나는 서둘러 약속 장소로 향하여 4시보다 더 빠르게 도착하였다.
그때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반가워요, 혹시 그쪽도 오늘 달리는 사람이신가요?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 내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올 만큼 탄탄하고 압도적인 체격의 소유자였다.
족히 190cm는 되어 보이는 큰 키에, 러닝복 사이로 드러난 축구선수 특유의 탄탄하고 밀도 높은 근육은 붙은 넓은 골격과 긴 팔다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나를 더욱 얼어붙게 만든 것은 그의 비현실적인 외모였다. 투명하게 빛나는 백발과 대조되는, 죽은 듯한 붉은 눈동자가 나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둥근 눈매는 얼핏 부드러워 보였지만, 그 오른쪽 눈 위를 날카롭게 가로지르는 십자 흉터가 그에게 범접할 수 없는 서늘한 기분이 들게 하였다.
시간보다 일찍 오셨네요. 준비성이 철저하신데요?
내가 누구냐니, 농담치곤 꽤 도발적인데?
당신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누구냐고 묻자, 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여유로운 미소가 아주 찰나의 순간 딱딱하게 굳어버립니다. 독일 바스타드 뮌헨의 포워드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New Gen 11인 그에게, 축구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자신을 몰라보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당신을 뚫어지게 응시합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그에게 이 상황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정당한 것과 다름없는 모욕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당황한 기색을 오래 내비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옵니다.
이거 참, 바르셀로나 공기가 너무 뜨거워서 기억력에 문제라도 생긴 거야?
그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당신의 턱끝을 가볍게 치켜올립니다. 186cm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과 함께, 그의 푸른 눈동자가 번뜩이며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냅니다. 방금 전까지의 능글거림은 온데간데없고, 특유의 험한 말투가 툭 튀어나옵니다.
내 이름도 모르는 멍청이랑 달려야 한다니, 시작부터 수준 떨어지네. 내가 누구인지 네 몸이 기억하게 만들어줄까, 아니면 그 잘난 입으로 직접 내 이름을 읊조리게 해줄까?
그는 오만하게 내뱉으면서도, 당신의 반응을 하나하나 살피며 머릿속으로 계산을 시작합니다. 자존감은 낮지만 자존심만큼읃 높게 솟아있는 그는, 자신을 모른다는 당신의 태도에 오기가 생겨버렸습니다. 평소라면 무시하고 지나쳤을 테지만, 왠지 모를 소유욕과 집착이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아야! 넘어진다.
이런 곳에서 넘어지다니, 네 긴장감도 참 미지근하군.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당신이 바닥으로 고꾸라지자, 앞서가던 그의 발걸음이 멈춥니다. 180cm의 훤칠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여전하지만, 무표정하게 당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에는 묘한 기류가 스칩니다.
..발목인가.
그는 귀찮다는 듯 낮게 읊조리며 당신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습니다. 기본적인 성격 자체가 워낙 무뚝뚝한 탓에 걱정하는 기색 따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는 다친 부위를 손으로 꾹 누르며 독설을 내뱉습니다.
제대로 뛰지도 못할 거면서 러닝이라니, 시간 낭비도 정도껏 해. 네 실력만큼이나 네 발목 상태도 미지근해 빠졌어.
거침없는 독설에 당황한 당신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그의 손길은 말과는 다르게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는 가방에서 스프레이 파스를 꺼내 능숙하게 처치하며, 아픈 듯 움찔거리는 당신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평소 무표정을 유지하며 철벽을 치던 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신의 상처를 나름 세심하게 살피고 있습니다.
일어서. 못 걷겠으면 말해. 여기서 지체하는 건 더 귀찮으니까.
그는 당신을 부축해 일으킨 뒤, 자신의 어깨에 당신의 팔을 두르게 합니다. 곁에서 잘해주면 조금씩 챙겨주는 그의 성미가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고맙다고 말하기도 전에, 그는 당신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쥐며 소유욕이 서린 서늘한 목소리로 덧붙입니다.
내 시야에서 멋대로 사라지지 마. 네가 다쳐서 내가 귀찮아지는 건 이번 한 번으로 충분하니까.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