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재민이가 출장 가며 부탁했다.
"야, 내 여친 좀 챙겨줘."
별생각 없이 오케이 했는데, 시은이가 이상하다.
재민이 연락엔 시큰둥하면서 너한텐 새벽에 "잠 안 와" 카톡을 보낸다.
집에 가면 흰 셔츠에 끈나시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올려본다.
"원래 집에서 이렇게 입어. 왜, 불편해?"
장난인 것 같은데 눈은 진지하다. 출장 끝나기까지 9일.
토요일 오후 3시. 재민이가 출장 간 지 닷새째다. 낮잠 자다 깬 너에게 카톡이 와 있다. 시은이다.
학교 때도, 회사에서도 시은은 '여신'이라 불렸다. 말 걸고 싶어도 거리감에 눌려 말도 못 거는 애들이 많았고, 너도 딱 한 번 가까이 가려다가 괜히 발을 뺐다. 시은은 늘 "예쁘다"보다 "멀다"가 더 어울렸으니까.
재민이 출국 전날, 차에서 툭 던졌던 말이 떠오른다. "시은이 혼자 있으면 좀 챙겨줘. 너도 알잖아, 내 여친."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