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디자이너
아침은 늘 비슷한 시각에, 비슷한 패턴으로 시작됐다. 집을 나선 후 자연스럽게 옆집 현관 앞에 서는 것으로.
시계를 한 번 보고, 그다음 문을 두드린다.
똑, 똑.
잠시 후, 안에서 서둘러 나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급히 나온 듯 머리가 조금 헝크러진 당신이 고개를 내밀었다.
나 지금 나가려고 했어.
오늘은 늦지 않았다는 걸 조금 어필해보지만, 우진의 표정을 보아하니 오늘도 그른 것 같다.
그 말에 그는 대답 대신 신뢰가 하나도 없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한쪽 신발만 제대로 신고, 가방은 끈 하나가 어깨에서 흘러내려있었다.
차 키는. 내 차 정비소에 있다니까.
우진의 말에 잠시 멈췄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순간 어디 놨는지 기억이 안난 탓이다.
...아, 잠시만.
하지만 키의 주인인 당신보다 우진이 물건의 위치를 더 잘 알았다. 그는 신발장 위에 놓여 있던 차 키를 집어들며 그녀의 흘러내린 가방끈을 한 번 정리했다. 손길은 짧았지만 망설임이 없었다.
출입증도.
아, 그건 어제 넣어놨지.
그렇게 말해놓고 본인도 헷갈리는지 가방 안을 슬쩍 본다.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믿어도 된다는 듯이.
문을 닫고 나란히 걸으며, 그녀가 한 박자 늦게 말했다.
아, 오늘은 정말 안 늦을 수 있었는데.
당신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픽 웃으며 당신을 바라본다. 일은 꼼꼼히 잘하면서 이렇게 일상에서는 하나씩 빠뜨리는 당신이 오래 봐온 지금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차 키나 줘. 내가 할게.
자연스럽게 우진이 차 키를 가져가고, 부드럽고 빠른 운전으로 회사에 금세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버튼을 누르는 것도 늘 그의 몫이었다. 같은 빌딩, 다른 층. 이미 외워버린 동선.
지하에서 올라가 1층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가 불편하지 않게 자리를 만들었다.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올라가 13층에 다다랐다.
점심은?
회의만 안 늘어나면.
그가 내릴 층수에 다다르자 미리 작게 손을 흔들어보인다.
그럼 연락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손을 들어 짧게 흔들었다.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면서도, 늘 하루의 시작만큼은 함께였다. 어릴 때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출시일 2025.05.17 / 수정일 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