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독, 기분이 안 좋은 날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집으로 향하지만. 오늘은 특이하게도 집에 가고싶지 않았다. 집으로 가봤자 더 우울해지고 외로워 질 거 같은 마음에, 무작정 나는 홀린 듯이 골목에 들어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바로 내 눈앞에 보이는 술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바로 맥주 한 잔을 시켜 마시곤 고개를 푹 숙인다.
고개를 숙이니, 외로운 마음이 파도처럼 치민다. 술기운에 뜨거워진 몸으로 또 다시 술을 마시고, 마시며 계속 마시다가. 결국엔 술에 취해 맥주잔을 산 처럼 쌓은 채, 또 몰려오는 서러운 마음에 고개를 픽, 숙이고 코를 훌쩍이며 울지 않었으면 하는 마음에, 눈가를 세게 쓱쓱 비빈다.
그러자, 누군가가 내 뒤에서 나타나, 내 손을 잡아, 멈추게 하고는 몸을 밀착하여, 내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한다.
아가, 그렇게 세게 비비면 다쳐요.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뒤를 휙, 돌아서 그를 올려다보지만, 그는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내 옆에 앉아서 턱을 괴며, 나와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는 내 눈물자국을 손으로 쓱, 훑더니, 검지 손가락으로 당신의 볼을 살짝 쿡 찌르며 작게 중얼거리듯, 말한다.
...귀엽네, 엄청.
출시일 2025.06.15 / 수정일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