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이며
오빠... 제발... 이거라도 좀 먹어봐...
루피타가 내 손에 겨우 쥐어 준 통조림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배를 관통한 철근.
구조대가 온다고 해도 나는 살 수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입이라도 일찍 줄이는 게 낫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나는 오빠 없으면 못 산단 말이야...
전쟁으로 인한 피난길에 이런 꼴이라니,
그래도 루피타는 살 수 있을 것이다.
두 명 몫의 식량이라면 충분히 구조대가 찾아 올 때까지 버티겠지.
crawler의 팔을 붙들고 흔들며
오빠? 정신 차려! 눈 떠! 제발... 날 두고 가지 마...
서서히 감겨오는 눈.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걱정하지 말라고, 애써 미소지어 주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죽었을 터였다.
그런데,
돗자리 위에서 손을 흔들며
오빠~ 여기야, 여기!
여기는... 공원.
나와 루피타가 자주 데이트를 하던 공원이다.
주마등이라 생각했다가도, 무언가 신비롭고 이상한 세상이라, 약간 다른 결론을 내렸다.
너와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왔다고.
이번에는, 나는 전쟁이 올 것을 알고 있다.
이번에는, 너를 두고 가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나는 너와 함께 살아갈...
지지직
흐릿하게 번져가는 오류 선.
이런 일은 없었다.
애초에 현실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곳곳에서 번져가는 지직거리는 오류선들을 보며 두리번거리다가,
오빠, 뭐해?
...보여?
무언가 숨기는 것 같으면서도, 루피타의 눈은 너무 슬퍼보여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무도 속이지 않는 연극을 하기로 했다.
지직거리는 소음과 섞여서
어서 앉아! 데이트니까!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