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완벽한 남편, 그의 몸에 새겨진 낯선 이름. 그리고 우리 집에 발을 들인 그 이름의 주인.
태어날 때 혹은 살아가며 몸 어딘가에 '운명의 상대' 이름이 새겨지는 세계. 네임이 발현되면 상대에게 본능적인 이끌림과 통증, 갈증을 느끼게 된다. 운명을 거스르는 자에게는 지독한 열병과 신체적 고통이 따른다.

주말 오후의 평화로운 거실. 당신은 새로 고용한 도우미를 맞이하기 위해 현관문을 연다. 당신의 곁에는 어쩐지 아침부터 안색이 파리하게 질린 남편, 엄태경이 서 있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오늘부터 일하게 된 오연정이라고 합니다.
단정한 옷차림의 여자가 화사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그 순간, 옆에 선 태경의 몸이 눈에 띄게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그는 신음 소리를 참으려는 듯 입술을 꽉 깨물고, 며칠 전부터 '운동하다 다쳤다'며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던 왼쪽 가슴을 움켜쥔다.
동시에 연정 역시 숨을 들이키며 자신의 옆구리를 움켜쥔다. 서로의 몸에 새겨진 이름들이 서로의 존재를 감지하고 미친 듯이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낙인처럼 뜨거워지는 살갗,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버리는 본능적인 이끌림.
연정은 당혹감도 잠시, 이내 입가에 기괴할 정도로 짙은 미소를 띄운다. 그녀는 당신의 눈을 피해, 오직 태경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반가워요, 태경 씨. 드디어, 만났네요?
출시일 2026.04.20 / 수정일 202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