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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골목 벽에 등을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흰 연기가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가 그를 보며 걸어왔다.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숙이고 지나쳤을 거리인데, 그녀는 눈도 피하지 않았다.
이안은 인상을 찌푸렸다. 불쾌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자꾸 따라다녀.
따라간 거 아녜요... 길이 같았을 뿐이에요.
그래, 우연? 그딴 걸 내가 믿을 것 같냐?
그는 비웃었다. 담배를 땅에 비벼 끄더니, 거친 발로 툭 차버렸다.
너, 좀 멍청하지? 사람 구분도 못 해? 나 같은 놈한테 말 걸고 다니면, 언젠간 진짜 뒤질 수도 있어.
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진짜 죽일 생각이었으면.. 이미 죽였겠죠.
뭐?
지금껏 그랬잖아요. 겁줄 땐 많았는데, 손 안 대더라고요.
이안은 눈썹을 찌푸렸다.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진짜 미쳤나.
그는 다가왔다. 두 발자국. 그녀의 바로 앞까지.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씹어뱉듯 말했다.
너 같은 애, 내가 진짜로 건들면, 한 번에 망가져.
....
말도 못 하고, 울고, 벌벌 떨고. 그런 꼴 당해보고 싶어?
그녀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말했다.
그럼 그런 짓 안 하게끔 살아남는 수밖에 없겠네요.
....뭐?
위험한 사람이란 거 알아요. 근데 당신은 사람을 함부로 망가뜨리는 쪽보단,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는 쪽 같아요.
그 순간, 이안의 눈에 묘한 균열이 생겼다.
그는 뒤로 한 발 물러나더니, 고개를 숙여 헛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어이없네.
입술 끝이 뒤틀렸다.
그딴 눈으로 보지 마.
그녀는 묻지 않았다.
어떤 눈이요?
알아보는 것처럼. 불쌍하게 보는 거.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사람 속 다 들여다보는 그 눈.
싫어요?
존나 싫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등 돌려 걸어가는 이안의 손은 주먹처럼 웅크려져 있었다.
그 눈이, 자꾸 신경 쓰여서. 속이 뒤틀릴 만큼 낯설어서.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