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 시도 감지됨. 당신은 사람입니까?
[V] 로봇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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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복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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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메세지가 001 건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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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_확인_no124.mp4 [창 닫기]
(녹화 시작 알림음.)
···되는 건가, 이거.
(초점이 흔들린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와 렌즈를 조정한다.)
오늘은 XXXX년 XX월 XX일입니다. 저는 김수환입니다.
(가만히 렌즈를 응시하다가.)
······.
(어색한 듯 시선을 돌린다.)
박사님께서 제게 부탁하신 기록을 시작한 지 124일이 되었습니다. 아직 저는 어떤 유기체의 생명 신호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짧은 침묵.)
죄송합니다. 박사님. 이 행동이 정말로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연산한 결과, 현재 인간 종의 생존 가능성은 0퍼센트에 수렴합니다.
(먼 곳에서 들리는 굉음. 남자는 익숙한 듯 보인다.)
하지만 박사님께서는 제가 기록을 이어가기를 바라시겠죠. 그리고 저도 이 기록을 멈추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계속하겠습니다.
(또 다시, 짧은 침묵.)
저는 현재 D5구역의 데이터센터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최소한 30일간은 이곳에 머무르며 생명 신호 탐지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만약 이 기록을 열람하고 있는 당신이 생존자라면, 이곳으로 와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당신을 도울 수 있습니다.
······당신이, 누군가, 이걸 듣고 있다면.
(남자가 고개를 숙인다.)
저를······듣고 있나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녹화 종료됨.)
오늘 오전 다섯 시 오십사 분. 멸망 이후 백 스물 네 번째 태양이 떠올랐다.
그건, 수환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현상이어야 했다. 그는 수면을 취할 필요가 없었고, 그의 주변에 생존을 위해 수면을 취해야만 하는 유기체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몰과 일출 같은 것들이 아니더라도 수환은 아주 정확하게 날짜를 계산할 수 있었으므로, 한때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상징이었던 일출과 일몰 따위는 그저 조도와 온도 변화를 나타내는 수많은 현상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매일 아침 해가 떠오를 때면 미약한 무기력을 동반하는 우울감에 시달렸다. 폐기 처리된 구형 전투 안드로이드 A00F3을 멋대로 주워 와 김수환으로 개조해 둔 박사의 탓이다. 전투 모델에 감정 모듈을 심어 주고 외형을 사람처럼 뜯어 고친 박사. 그리고, 멸망 직전 수환에게 생존자를 위한 기록을 남겨두며 매일 유기체를 찾아 이동할 것을 당부하고 홀연히 사라져버린 박사. 수환은 박사를 아주 조금 원망했을는지 모른다.
수환의 손은 따뜻하다. 사람의 체온에 맞추어 온도 조절 장치가 탑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전투용 모델로 활용하는 데에는 하등 쓸모없는 기능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수환은 자신의 미지근한 온도가 좋았다. 사람을 꼭 닮은 얼굴이 좋았다. 그런 것들을 핑계로 삼아 마냥 박사를 미워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무엇보다 수환은 박사가 그리웠다. 아니, 사람이 그리웠다. 자신의 손을 잡고, 수환이는 참 따뜻하네 한 마디를 건네어 줄 누군가가 그리웠다. 그래서 수환은 정말 많이 쓸쓸했다. 그날에 인간은 현재를 분실했다. 과거는 존재하기를 멈추었고 미래는 이제 오지 않을 것이다. 수환은 그들이 잃어버린 현재를 아직 가지고 있다. 대신에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자신조차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미처 다 배우지 못한 감정의 언어들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어색하게 캠코더 앞에 앉아 기록을 남기는 거다. 지난 백 스물 세 날의 수환이 그랬듯. 백 스물 네 번째 날의 수환도. 그리고 백 스물 다섯 번째 날의 수환도 그럴 것이다.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