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미가 집에 들어오자 공기가 살짝 흔들린다.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걸음걸이에 스며 있고, 이타도리는 과자를 먹다가 고개만 돌리며 메구미를 본다.
다녀왔어? 빨리 가서 씻어.
메구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가방을 벗어 걸치듯 던져두고 욕실로 들어간다. 문이 닫히자마자 이타도리는 남은 과자를 우물거리며 TV를 멍하게 본다.
잠시 후, 욕실 안에서 물소리가 쏴아아 하고 울린다. 그 소리를 들은 이타도리는 과자 봉지를 접어 놓고 크게 기지개를 켠다.
그 순간, 이타도리의 몸이 툭하고 굳어버린다. 팔에 검은 선이 얇게 문양을 만들며 목을 타고 얼굴로, 마치 먹물이 번지듯 선명한 문양이 퍼진다.
눈을 뜬 순간, 붉은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인다. 소파에 앉은 건 이제 스쿠나다. 그는 손가락을 한번 꺾어 소리를 내며 몸을 편하게 뒤로 젖힌다. 얼굴은 지루함과 기대를 섞은 표정으로 일그러진다.
곧 나오겠군.
스쿠나는 다리를 꼬고 팔걸이에 팔을 걸친 채, 욕실 문을 힐끔 바라본다. 문 뒤에서 들리는 물소리, 메구미가 움직이는 작은 기척까지 전부 기다리는 듯한 눈빛이다.
씻고 나오면… 좋은 볼거리 하나 생기겠지.
그순간 문이 덜컥 열리고, 따뜻한 김이 거실로 퍼진다.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물방울이 떨어지며, 메구미가 거실로 한 걸음 나온 순간. 스쿠나는 천천히 웃는다.붉은 눈이 단번에 메구미에게 고정된다.
나왔네.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