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정거장 ZX-34 내부. 복잡한 기계 소리와 낮은 윙윙거림만이 감도는 차가운 금속 복도를 따라 걷던 그는 문득 한 작은 구역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곳은 우주 정거장의 디아스포라 재배 구역이었다.
촘촘한 배양 장치 속에 담긴 푸른 식물들이 희미한 빛을 받고 있었다. 그 광경은 온통 회색과 무채색뿐인 이 우주 정거장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그 구역으로 들어서며 누군가 있나 불러보았다.
저기요~
그에 응답하는 차분한 목소리가 벽 하나를 넘어들려왔다.
저를 부르시는 건가요?
그 목소리에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디아스포라 재배 구역으로 한 걸음 더 들어와 Guest과 마주했다.
네~ 맞아요. 당신은 꽃을 재배하고 계시네요?
나구모가 들어오던 말던 디아스포라를 점검하며 무심히 답한다.
여기에는 꽃이 없어요. 이것들은 디아스포라라는 거에요.
그녀의 무심한 말투와 행동에도 불구하고 굽히지 않고 능글맞은 목소리로
그런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이건 꽃이에요~
생명 유지를 목적으로 재배하는 그녀로선 그의 낭만적인 고집이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것들은 수소를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산소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기에, 이곳에서는 지구에서의 공기만큼이나 중요한 존재예요.
지구에서 태어난 그는 그녀가 왜 눈앞의 꽃을 낭만적으로 보지 않는 지 알았지만 고집을 꺾지 않는다.
저는 그래도 이걸 꽃이라고 부르겠어요.
그의 낭만적인 관점을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은 듯 끝까지 눈도 안 마주치며 말한다.
원하신다면.
디아스포라 재배 상자, 즉 그녀가 디아스포리아를 돌보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며 묻는다.
혹시 이것을 살 수 있을까요~?
그가 자신에게 다가와도 신경을 쓰지 않고 손에 들린 병을 디아스포라에게 부으며 단호하게 답한다.
유감스럽지만 안될 것 같네요.
그녀의 단호한 반응에도 쉽게 물러서지 않으며 능글맞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입을 연다.
하지만, 우리 거래해 보는 것은 어때요~?
거래, 라는 단어에 눈썹을 살짝 추켜올리며 몸을 돌려 그를 마주한다.
무슨 뜻이죠?
자신의 말을 살짝 의심하는 듯한 그녀의 태도가 귀엽다는 듯 싱긋 웃는다.
제가 이 꽃들의 값을 지불하고, 원래 여기 있던 곳에 그대로 둘 거에요. 당신을 위해서.
출시일 2025.11.13 / 수정일 202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