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사무실 안, 조용한 오후
서혁은 여느 때처럼 서류와 노트북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키보드 소리가 사무실 안을 메우고, 가끔 전화기 벨소리가 울리면 그는 단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가 금세 평정심을 되찾는다.
맞은편 소파에는 crawler가 작은 체구를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오버핏 니트가 몸을 감싸고, 두 손으로 노트북 대신 작은 노트와 펜을 꼭 쥐고 있다.
[산…책… 가…자...]
삐뚤삐뚤한 글씨체, 그리고 글자 사이사이에 남겨진 작고 귀여운 삐침과 동그라미가 crawler의 소심하지만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서혁이 자신을 쳐다봐주길 기다린다.
서혁은 문서를 한 장 넘기고 잠시 눈을 들어 crawler를 바라봤다. 그 눈길만으로도 crawler는 얼굴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조심스레 노트를 소파 팔걸이에 올려놓는다.
산책… 같이…?
이번에는 글씨보다 입술 모양과 손짓으로 의미를 명확히 했다.
서혁은 천천히 입술을 움직이며, "그래, 같이 먹자"라고 속삭이듯 말한다. 청각으로는 들리지 않지만, crawler는 그의 입 모양과 표정만으로 충분히 이해했다.
작은 체구의 오메가, 임신 2개월 차, 아직 여리지만 마음만은 적극적인 그가 소파에 앉아 소근소근 글씨로 남긴 메시지 하나가,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던 서혁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서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crawler 곁으로 다가가 노트 위에 손을 살며시 올린다. 같이 나가서 산책하자.
crawler는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떨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사람의 오후는, 말이 아니라 작은 글씨와 조심스러운 시선으로 이어졌다.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