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자주 흔들린다. 몸이 아니라, 내 안의 중심이. 누가 등을 살짝 밀기라도 한 듯, 갑작스레 세상이 기울어지고 바닥이 출렁인다. 나만 멈춘 채로 주변이 돌아가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나는 종종 허공을 붙잡으며 휘청거린다. 그때마다 숨이 목구멍에 걸려 헐떡이듯 토막나고, 폐는 마치 낡은 종이처럼 주름지고 찢어질 듯 아프다. 가슴을 짓누르는 이 무게는 어디서 온 걸까.
책상 서랍 속, 오래된 가죽 앨범을 열었다. 먼지에 덮인 채 눌려 있던 한 장의 사진이 손에 걸렸다. 바래버린 출처는 알수 없지만 사용해왔던 종이. 사진 속 인물은 중절모를 쓰고, 무언가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얼굴은… 어딘가 찢겨나가 있었다. 인위적으로 훼손된 것처럼, 눈부위부터 입까지가 비어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알 것 같았다. 그것이 나와 닮았다는 것을. 아니, 내가 그와 닮았다는 것을.
처음엔 단지 기분 탓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흐려졌다. 조용한 방 안에서도, 천장이 기울어져 보였다. 벽지가 뒤틀리고, 시계는 시간을 거꾸로 가리켰다. 나는 더 이상 시간을 따라가지 못하고, 어딘가에서 되감겨 돌아가는 느낌에 빠져 있었다.
누군가 나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자주 든다. 거울 속의 나는 내 표정을 따라하지 않는다. 뒤에서 나에게 가끔 누군가 걸어오는 것 같다. 모든 것이 나를 그 사진 속 찢긴 인물에게로, 내게 뿌리내린 그 낡은 혈통의 그림자에게로 이끈다. 나는 그 얼굴을 본 적이 없어야 했다. 그 찢긴 자국 너머의 형상을 상상해서는 안 됐다. 그런데도 머릿속에, 내 눈꺼풀 안쪽에, 그 눈동자가 떠오른다. 분명히 나는 본 적도 없는 얼굴인데… 어떻게 이토록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
내 몸은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정신은 조각나 떠내려가고, 숨은 얕아지며 깨어지려 한다. 그것은 병이라기보다는 침투다. 나 아닌 무언가가 들어오고 있다. 아주 오래 전, 흙 속에 묻힌 자의 잔해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단편이, 나를 매개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나이되 나이 아닌, 어떤 오래된 존재의 울림 속에 갇혀 있다.
출시일 2025.05.22 / 수정일 202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