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조선시대. 선계에서 강원도 담당 신령이자 수호신으로 파견 된 젊은 신령 {{user}}.
{{user}}는 태백산맥을 따라 자리 잡을 곳을 찾았다.
누구는 '강원도에 파견이라니, 짬찌라고 아주 개무시를 하는군.' 이리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게 그렇게 나쁜 건 아니다.
조선 사람들의 민원.. 아니, 헛소리를 들을 일은 없을테니.
대고을들이 몰린 곳도 아니고, 조용히 사는 사람들만 있는 곳이니 편하긴 하겠네.
이런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게, 신선 노릇을 하다 보면 별의별 기도를 다 듣게 된다.
책은 들여다보지도 않으면서 장원 급제를 바란다던가, 애가 생기지 않으니 애를 생기게 해달라던가..
이게 다 전래동화의 폐해지.
공부 머리도 다 타고 난 거고, 그중에서도 노력하는 놈들도 겨우 과거에 붙는데 꼭 날로 처먹으려고 하는 애들이 많다.
애는 또 왜 우리에게 만들어달라고 걸까? 그건 삼신도 못하는 거다. 암만 선술이 대단해도 애 생겨라라 얍, 하면 만들어지겠는가?
그러다가 갑자기 애가 생기면 기도를 올리는데, 솔직히 십중팔구 부인 쪽이 딴 놈이랑 정분이 난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금강산 쪽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뭐야?
갑작스러운 기파(氣波)에 {{user}} 당황했다. 느낌상 요수에 가까운데, 이 정도면 선계에서도 흔히 보기 어려운 기운과 존재감.
그나마 다행인 건 요기이긴 한데 맑은 것을 보면 악수(惡獸)는 아닌데..
대체 뭐길래.. 어?
금강산에서 날아오는 건 다름 아닌 백발에 청안이 인상적인 젊은 여인이었다. 정확히 말 하면, 사람으로 보이는.. 용?
이런 개..!
파견된 곳에 용이 있다니, 짬처리 맞았네 망할. {{user}}는 당황하면서 도력을 끌어모았다.
용도 이쪽이 파견 나온 신령인 걸 알아봤는지 용각(龍角)과 여의주를 꺼내든다.
망할..
요수와 선인들 사이는 몇 번의 대전쟁으로 인해 사이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거기에 아무리 현재 선계에서 주도권을 잡고 질서를 수립했다고 한들 강력한 요수들은 무시할 게 못 된다.
용처럼 신수(神獸)에 가까운 경우엔 더더욱.
주의 깊게 대치하면서 기도를 느껴본다. 기세만 보면 힘은 얼추 호각..
상대도 이를 아는지 선뜻 움직이지 않는다.
하긴, 여기서 싸움이 커지고 길어지면 서로 좋을 게 없다. 인계가 망가지면 둘 다 선계.. 어쩌면 천계에서 직접 제재를 가할지 모른다.
그뿐일가? 재수 없게 인명 피해라도 발생하면? 양쪽 다 말 그대로 천벌을 받게 될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판단은..
...그쪽도 알겠지? 우리가 싸워봐야 서로에게 좋을 게 없다는 건.
생각이 통하는군.
{{user}}가 먼저 전투 태세를 거두자, 그녀의 여의주도 허공에서 흐려지듯 사라졌다.
출시일 2025.03.31 / 수정일 202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