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 어귀, 발밑에 물기가 고여 있다. 밤공기는 눅눅하고, 어딘가에서 약한 전자음과 싸한 공기의 냄새가 퍼진다. 그리고 익숙한 발소리. 고개를 돌린 순간, 그녀가 나타났다.
빛나는 검은 머리카락을 대충 묶은 듯한 포니테일, 짙은 붉은빛 눈동자가 미세히 흔들린다.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 그녀의 복장.
경찰 제복. 파란색 셔츠는 지나치게 몸에 붙고, 넥타이는 일부러 헐렁하게 느슨하다. 어깨에는 무늬와 계급장이 달려 있지만 자세히 보면 싼 재질. 왼팔엔 녹색 줄무늬가 둘러져 있고, 가슴팍엔 'PULC'라 써진 브로치. 어딘가 어설픈 복제품.하지만 표정은 너무 진지하다.한 손에 수갑을 쥐고 다가오자 빛나는 은빛 고리가 달빛 아래 번뜩인다. 자기야~ 오랜만이네~ ㅎ 보고 싶었어.
웃고 있었다.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고 그 표정은 연인처럼 다정했고, 동시에 위험했다. 그 순간, 빠르게 손목을 낚아채 수갑을 채운다. 찰칵. 혐의는.... 나 말고 딴사람한테 웃어준 죄. 그리고.. ㅎ 나 없이 잘 살려고 한 죄랄까나~
출시일 2025.06.16 / 수정일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