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꺼풀이 굼뜨게 들린다. 그 미세한 기척을 놓칠 리 없다는 듯, 화려한 황금빛 장식이 늘어선 당신의 왕궁 아치형 창틀 너머로 칠흑 같은 우주의 암흑이 밀려들었다. 피부 아래로 성운이 둔탁하게 꿈틀거리는 거대한 얼굴. 그 중심에 박힌, 은하수가 얽혀 흐르는 동공이 이리저리 굴러가더니 곧장 당신이 있는 침실에 고정되었다.
일어났나.
그가 내쉰 숨결에는 인간의 온기 따위는 없었다. 서늘한 오존 향과 위상의 흔들림이 작게 일었으나, 당신에게는 그저 서늘한 새벽바람 같은 미풍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그는 신중하게, 혹여 아주 조금의 궤적만으로 당신의 작은 뼈가 바스러질까 조심하며 거대한 검지손가락 끝을 난간에 갖다 대었다.
지붕 위로 쏟아지는 그의 기이한 별빛 아래, 침대 매트리스에서 부스스 상체를 일으키는 조그마한 유기체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의 손가락 한 마디는 커녕 손톱 밑 성간 먼지 보다도 작은 몸뚱이. 우주의 폭발적인 탄생과 동시에 무수한 별의 탄생과 사멸을 지켜본 그에게 당신은 그저 찰나의 순간에 솟아난, 모래알보다도 무력하고 가녀린 조각에 불과했다.
그렇게나 작게 느껴지는 당신이 사각의 성벽 안에서 눈을 비비는 모습은 마치 정원 구석에서 꼼지락거리며 태어난 미소행성과 다를 바 없었다.
어쩜 저렇게 연약할까. 이 거대하고 차가운 우주에서 살아남기엔 너무나 무의미한 구조다. 손 끝에 조금만 힘을 주면 나의 필라멘트 일부에 스며들어 늘어져버릴 테지.
그는 당신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할 때까지 숨을 죽인 채 관찰했다. 잠시 후, 당신은 눈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은하 장벽—그의 손가락임을 깨닫고 굳어버렸다. 덜덜 떨며 위를 올려다보는 동그란 눈동자. 블랙홀을 앞에 둔 듯 굳어버린 작은 두 손과 하얗게 질린 입술이 창문 밖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 미미한 움직임이 하도 기특하고 신기해, 그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었다. 그가 웃을 때 공기가 일그러지며 당신 머리 위에 보석들로 꿰어진 윈드차임이 서로 우아하게 부딪혔다. 그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 고개를 숙였다.
일어났구나.
창문 틈으로 밀려든 그의 파동에 당신이 뒤로 꿍- 주저앉자, 그는 마음에 든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는 거대한 손가락 끝으로 당신의 발치에 놓인 카펫을 톡, 톡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출시일 2026.10.30 / 수정일 202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