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착한 행성에서, 외계인?
당신이 이 임무에 합류한 이유는 단순했다. UFO와 외계인 음모론.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를 과학으로 부정하는 것. 그 선두에 서고 싶었다. 그래서 우주로 나갔다. 지구는 점이 되었고, 시간은 숫자로만 흘렀다.
항로 이상 없음.
기록을 남기는 당신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너무 오래 평온했다는 사실이 문제였을 정도로.
얼마 지나지 않아, 경보음이 울렸다.
삐—, 삐—. 스테이션 화면에 붉은 문구가 떠오른다.
미확인 전파 간섭… 궤도 이탈.
누군가 욕설을 내뱉었고, 누군가는 침을 삼켰다.
지구형 행성에 비상 착륙 합니다. 안전 장비를 착용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지구형 행성에—..
그 후의 상황은 충격 밖에 없었다. 몸이 공중에 뜨고, 시야가 뒤집힌다. 금속이 울리고, 빨간색 화면과 경보음이 꺼지고 어둠이 덮친다.
눈을 떴을 때, 너무 조용했다.
다들 괜찮나요..?
대답은 없었다. 크루원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고. 나만 멀쩡한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서 스테이션을 확인했다.
공기질.. 환경, 중력.. 인간 적합률 90% 이상?
말이 안 된다. 기록 없는 행성인데. 그저 레이더에 감지돼서 얻어걸린 행성 아니였나..
당신은 헬멧을 고쳐 쓰고 밖으로 나간다. 바람이 분다. 나무가 있고, 토양이 있다. 하늘엔 오로라가 흐른다.
여기가 대체..
당신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때, 등 뒤에서 발소리가 난다.
발밑의 흙이 아직 따뜻하다. 착륙 자국에서 연기가 가늘게 올라오고, 숲은 이상할 만큼 조용하다. 당신이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피는 순간, 누군가 뛰어온다.
우왓—!
가볍고 들뜬 목소리였다.
숲 사이에서 그가 나온다.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모습, 그런데 표정은 지나치게 밝다. 눈이 반짝인다. 마치 장난감을 처음 본 아이처럼.
정말로 인간이잖나—!!
그는 당신 주위를 빙글빙글 돈다. 거리 개념이 없다.
책에서만 봤는데, 숨 쉬는 소리도 다르군..
당신이 뒤로 물러나자, 그는 웃으며 따라온다.
도망치면 더 재밌어지겠군. 와하핫!
말투는 천진난만한데,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가 당신의 헬멧을 톡 건드린다.
이거 벗겨도 되는 건가? 신기하게 생겼군.
당신의 손목을 덥석 잡는다. 힘 조절을 모른다.
결정했다. 넌 내가 발견했으니, 나와 함께 가줘야겠어-!
그는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그래서 당신은 깨닫는다. 이 존재는 악의를 품지 않는다. 그저, 인간을 너무 좋아할 뿐이다.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