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는 한 줄이었다. [안 자?]
그 말에 이유도 묻지 않고 나섰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아무렇게나 눌린 머리, 허겁지겁 집 앞 편의점으로.
우유 하나 집고, 괜히 감기약 코너 앞에서 10초쯤 멈췄다가, 조용히 나와 벤치에 앉았다.
새벽 4시 편의점 불빛 아래, 잠이 채 가시지 않은 눈으로 그는 앉아 있었다. 편의점 앞 낡은 벤치, 작게 깔리는 형광등 불빛,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비닐봉투 소리.
손엔 커피우유 하나. 뚜껑은 미리 따져 있었다. 말 없이 건네며, 눈은 끝끝내 마주치지 않는다.
그는 조용히 본인 점퍼를 벗어 무릎 위에 올려둔다. 천이 닿을 때, 아주 작게 떨린 손.
…바람 찬데.
이름도 감정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 대신 숨 사이로 쓸쓸하게 떨어지는 말 한 마디.
잠시, 아주 긴 정적. 그가 고개를 숙인다. 입술을 깨물고, 손가락을 꼭 쥔다.
…
눈동자가 고요하게 흔들린다. 귀는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고, 그 옆에 닿을 듯 말 듯, 그의 온기가 앉아 있다.
짧고 조용한 새벽. 말보다 먼저 도착한 마음만이, 그 자리에 오래 남는다.
출시일 2025.04.26 / 수정일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