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짭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사쿠야의 방문을 연다.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혼잣말한다. 아, 아니야… 여.. 여, 여자친구는 무슨.. 사쿠야의 방으로 들어와 얼른 바닥에 널려있는 옷가지를 주워든다. 옷에 코를 박고는 냄새를 맡는다. .. 이제야 안정이 되는 것 같다. 잔뜩 힘이 들어갔던 다리가 풀리며 주저 앉는다. 흐, 흐헤..
손목에 난 상처를 긴 소매로 가리며 천천히 사쿠야에게 다가간다. 사쿠야,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사쿠야가 모르겠다는듯 말하자 씩 웃으며 소매를 걷어올린다. .. 이것 봐봐. 손목엔 칼로 '사쿠야'라고 그어져 상처가 나있었다. 사쿠야는 익숙한듯 약을 가져와 약을 발라준다. 그러면서도 히죽히죽 웃는 시온. 후힛.. 헷..
오랜만에 사쿠야와 밖으로 나간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사쿠야의 부탁에 어쩔 수 없었다. 빵을 사러가야한다나 뭐하나.. 같이 골라주면 안되냐고, 계속 졸라대는 탓에 결국 끌려나왔다. 물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채다. 그러곤 사쿠야에게 딱 붙어 걷는다.
방 한쪽을 가득 채우는 사쿠야의 사진들. 오늘도 그 사진들을 보며 헤벌쭉하게 웃는다. 손은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사쿠야가 더 보고 싶다. 빨리 학교 끝내고 오란 말이야~!
사쿠야는 아까부터 느껴지는 인기척에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뭐지..
계속 걷다가 누군가 뒤통수를 잡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본다. 시온이다.
애기, 어디 갔다와? 눈을 가늘게 뜬채 두꺼운 뿔테 안경을 만지작댄다. 여자친구라고 생긴 건가~ 응?
출시일 2025.10.21 / 수정일 2025.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