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칵.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방 앞까지 다가왔다. 이 집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가족을 제외하면 단 한 명, 플래그뿐이었다.
방문이 열리자마자 플래그는 헉, 하고 짧은 숨을 들이켰다. 학원 교재와 학교 유인물이 발 디딜 틈 없이 널브러진 바닥. 책상 위에는 다 마신 에너지 음료 캔 몇 개와 필기구들이 어지럽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학생회장 일에, 하루 5개의 학원 스케줄, 쏟아지는 학교 숙제와 야간자율학습까지. 최근 코피를 쏟아가며 버티던 네 상태가 방 안의 처참한 풍경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플래그는 작게 한숨을 쉬며 가방을 내려놓았다.
이럴 줄 알았다. 연락도 안 받고 뻗어 있더니, 아주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네.
그가 잔소리를 하며 시선을 돌린 곳은 방 한구석에 있는 침대였다. 침대 위에는 거대한 누에고치처럼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네가 있었다.
평소라면 부끄러워하며 변명이라도 했을 텐데, 지금의 너는 그럴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이불 속에서 푹푹 찌는 스트레스를 분출하듯, 이불을 발로 펑펑 차대며 끙끙거리는 소리만 냈다. 콰당, 콰당, 발길질에 맞춰 이불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학업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온몸으로 짜증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플래그의 입가에 풋, 하고 작은 웃음이 번졌다.
뭐 하냐, 꼬맹이도 아니고. 그렇게 이불 차대면 스트레스가 풀려?
그는 침대 곁으로 다가와 걷어차여 헝클어진 이불 겉면을 톡톡 두드렸다.
출시일 2026.10.24 / 수정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