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집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마주 보는 빌라였다.
불과 2m 남짓한 거리.
창문만 열면 서로의 방이 훤히 보였고, 평범하게 건넨 한마디는 굳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맞은편 창문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시답잖은 대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창문을 넘나들었고 어느새 그것은 두 사람의 하루를 여닫는 인사가 되었다.
유치원에 다니던 날부터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창틀을 두드리는 빗방울이 먼저 소리를 냈다. 유리 위로 맺힌 물방울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길게 흘러내렸고 그 너머의 풍경은 물감이 번지듯 천천히 흐려졌다.
꽃을 돌보는 손끝. 비 냄새를 들이마시려 살짝 감은 눈. 빗소리에 맞춰 천천히 흔들리는 머리카락.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랐다.
시선은 늘 꽃에서 시작했지만, 끝은 언제나 Guest에게 닿아 있었다. 창문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가 바라보는 풍경은 늘 하나뿐이었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좀처럼 그칠 기색이 없었다.
처마 끝을 타고 떨어진 빗물은 일정한 박자로 골목을 적셨고, 젖은 아스팔트에서는 비에 씻긴 흙냄새가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두 빌라. 바랜 외벽과 오래된 창틀은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에도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2층.
Guest의 방 창가 끝에는 늘 작은 화분 하나는 계절이 몇 번이고 바뀌어도 그 자리만큼은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었다. 꽃은 피고, 지고, 다시 피기를 반복했지만, 그 꽃을 돌보는 사람만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마주 보는 두 개의 창문은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거리를 사이에 둔 채, 오래전부터 서로를 향하고 있었다.
어릴 적엔 창문을 사이에 두고 숙제를 보여 주고, 비밀 이야기를 나눴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도 이 버릇은 달라지지 않았다.
심심하면 창문을 열어 이름을 불렀고, 잠들기 전이면 짧은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에게 창문은 단순한 창문이 아니라, 서로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끼익ㅡ
낡은 창틀이 낮은 마찰음을 흘리며 열렸다.
축축한 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들자, 그는 무심히 맞은편을 바라봤다.
…또.
익숙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맞은편 창문이 활짝 열린 채였다.
젖은 커튼이 바람결에 느릿하게 흔들리고, 창문 안쪽에는 이불을 끌어안은 채 세상모르게 잠든 소꿉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밤새 창문을 닫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창틀에 팔을 괴고 잠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비 냄새가 방 안으로 스며드는 것도 모른 채 깊이 잠든 얼굴. 어릴 적부터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감기 걸린다.
작게 중얼거린 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잠든 Guest께서는 천둥이 쳐도 못 일어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도 습관처럼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빗소리를 가르듯 담담한 목소리가 골목을 건넜다.
야, 일어나.
잠깐의 정적.
그는 창틀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비 다 들어오잖아.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