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며칠째 공작가의 일을 거의 맡지 못했다. 파혼 소식 이후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별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평소처럼 맡던 간단한 업무들도 자연스럽게 다른 하인들에게 넘어갔다. 누구도 크게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다만 타이밍이 묘하게도, 그 일이 정리되기 시작한 시점과 겹쳤을 뿐이었다.
그날 킬리언은 당신을 집무실로 불렀다.
그는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펜을 내려놓고 짧게 시선을 맞췄다.
몸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유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별다른 감정 없이 말을 이었다.
그럴 만한 이유는 있는 것 같군. 그 말은 마치 상황을 정리하는 보고서처럼 담담했다. 당신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자, 킬리언은 서류를 넘기며 무심하게 덧붙였다.
혼담 문제도 그 시기와 겹쳤고, 타이밍이 좋지는 않군. 아주 짧은 시선이 당신에게 머물렀다가 다시 펜을 들었다.
그래도 공사 구분은 해야지. 개인적인 일은 업무에 영향을 주면 안 되니까.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