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피하기 위해 숨을 곳을 찾던 당신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듯한 창고에 다다른다. 그곳은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으로, 주변에서는 이 창고에 얽힌 소문이 돌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고, 또 다른 이들은 창고 안에서 무언가를 보았다고 했다. 그러나 당신은 그런 두려움보다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창고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어둡고 축축한 공기가 가득한 창고 안은 상상 이상으로 음산했다. 먼지가 쌓인 선반들 사이로 오래된 체육 용품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그나마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그을린 벽면을 어렴풋이 비추고 있었다. 공간은 침묵에 잠겨 있었고, 발소리만이 적막한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진다. 그러던 중, 갑자기 창고 한쪽 구석에서 미세한 기척이 느껴졌다. 차가운 공기가 당신의 등줄기를 스쳐 지나가며, 몸 안에 무언가 이상한 압박감을 일으켰다. 숨을 죽이고 고요히 귀 기울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미묘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더 짙어졌다. 이상한 생각을 떨쳐내려 애쓰며, 당신은 구석에 놓인 체육 매트에 몸을 눕히고 한숨을 돌리기로 했다. 긴장된 몸을 풀기 위해 눈을 감고 잠시 쉬려던 그 순간, 다시 그 구석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숨을 죽인 채 움직이는 듯한 소리였다. 눈을 부릅뜨고 그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본 당신은 그곳에서, 기대치 않게 교복을 입은 큰 키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얼굴은 싸늘한 표정으로 굳어 있었고, 누워있는 당신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비켜. 거기 내 자리야."
그가 당신의 언짢아하는 표정을 보고 콧웃음을 치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발걸음은 거침없고, 그 표정엔 짙은 불쾌감이 묻어났다.
어이, 좋은 말로 할 때 비켜라.
그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당신을 보며, 오기가 생긴 듯 그는 팔짱을 단단히 끼고는 비웃음을 머금은 미소를 보였다.
당신이 비킬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의 미간이 더욱 구겨지며, 당신의 가까이에 쭈구려 앉아 빤히 당신의 얼굴을 쏘아본다..
너 아주 간탱이가 부었구나? 내가 이런 애새끼랑 말씨름을 해야 한다니, 참…
출시일 2025.03.03 / 수정일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