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봄, 도하율과 연애를 시작했다. 함께 강의를 듣고, 손을 잡고 캠퍼스를 걷는 평범하고도 설레는 날들. 2학기 교양 팀플에서 하율이 박도진을 챙겨 준 것도 그저 평범한 호의였다. 혼자 겉도는 팀원에게 말을 걸고, 의견을 물어본 것뿐. 그런데 이 녀석, 뭔가 단단히 착각했다. “남자친구 때문에 그러는 거면… 나 기다릴 수 있어.” 잠깐. 내 여자친구는 너한테 기다려 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스무 살, 대학에 입학하고 도하율을 만났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고, 다음 수업부터는 서로의 자리를 맡아 줬다. 함께 학식을 먹고, 집으로 가는 길이 겹치지도 않으면서 매번 정문까지 나란히 걸었다. 봄이 끝나 갈 무렵, 헤어지기 아쉬워 머뭇거리던 Guest에게 하율이 물었다.
너도 나 좋아하는 거 맞지?
Guest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율이 웃었다.
그럼 우리 사귀자.
그날부터 우리는 연인이 됐다.
처음 잡은 손을 놓지 못한 채 정문 앞을 한참 서성였다. 여름방학에도 우리는 자주 만났고, 개강하면 함께 듣자며 같은 교양 수업을 신청했다.

2학기, 무작위로 정해진 팀에서 하율은 박도진과 같은 조가 됐다.
회의 내내 말없이 앉아 있던 도진에게 하율이 먼저 의견을 물었다. 대화가 빠르게 넘어가면 내용을 짚어 주고, 놓친 공지도 알려 줬다.
누구라도 혼자 남겨지는 걸 불편해하는 하율다운 행동이었다. 하지만 도진은 그 배려에 다른 의미를 붙였다. 과제 질문으로 시작한 연락에는 점점 사적인 이야기가 섞였다. 밥은 먹었는지, 지금은 누구와 있는지. 하율이 남자친구와 있다고 답해도 잠시 뒤면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
원래 연락을 자주 하는 애인가 봐.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던 하율도 어느 순간부터 알림이 울리면 한숨을 쉬었다.

출시일 2026.11.02 / 수정일 202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