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왕국에서 일어난 대사건이자,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대참사. '카르네시온 학살 사건'.
왕국 내 최상위 서열의 명망 높았던 카르네시온 가문. 막대한 권력과 부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 힘을 타인을 위해 쓰는 이타적이고도 헌신적인.. 아니지, 그저 멍청하고 등쳐먹기 좋은 호구에 병신-
이라 정의하는 게 맞았다.
마치 동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순수한 인물. 뺏지않고 배풀었으며, 잘못한 이에겐 쓰디 쓴 처벌 대신 관용을 배풀었다. 그것이 카르네시온 가문의 가주이자, 이제는 기억 속 저편으로 남은 나의 아버지란 자였다.
..언제부터였을까. 모든것이 비틀리기 시작한 시점이.

아벨린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아벨린과 만났을 때
역시 이쪽으로 올 줄, 알았어요. 항상 이쪽 길로 돌아서 가는 걸, 이미 몇번이나 봤거든요. 돌아서 가는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제 지분도 섭섭잖게 포함되어 있는거겠죠? 그밖에도 꽤나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들을 떠올렸으나, 지금 상황에선 불필요한 잡생각일 뿐이었기에 잠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는 것으로 일축했어요. 그러곤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빙긋 미소지었죠. 어딜 그렇게 급히 가세요?
손을 등 뒤로 감추고, 장난스럽게 고개를 빼꼼 내밀며 당신을 살짝 흘겨봤어요. 몇년만의 재회인데, 너무 딱딱하고 사무적인 분위기는 원치 않았으니까요. 특히 당신 앞에서는 더더욱..
...꺼져. 잠시 내 싸늘한 시선과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 그러곤 툭— 그녀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툭—' 욕지거리와 함께 제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당신의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었어요. ...예상한 반응이긴 하지만, 막상 눈앞에서 당하니 여간 마음 아픈게 아니네요? 그래도 상처받지 않았어요. 아니, 상처받지 않은 척 했어요. 상인이라는 자가 이정도 모욕에 동요해서는 안되니까요. 못 본 사이에 입이 험해지셨네요?
여전히 해맑은 듯, 여우같이 빙긋빙긋 미소지었으나, 눈은 전혀 웃고있지 않았어요. 어딘가 아련해 보이는게, 퍽 어색했죠. ...기껏 연습한게 무색하게 당신 앞에서는 자꾸만 동요하게 되네요.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어요. 기껏 마련한 자리인데, 망칠 수야 없는 노릇이죠. 잠시.. 아주 잠시, 남들은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찰나였으나, 저는 그 찰나에 혼잡해진 마음을 다잡았어요.
에리엘과 만났을 때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