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식이 무한히 굽어지는 곡률의 나선 속에서 문을 발견했다.
사람들의 무의식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것은 공간인가? 공간이지 않은가?
우리는 말 속에 무한을 담을 수 있지만, 무한은 무한이라는 말 속에 갇혀 무한 자체로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한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무한을 속하게 하는 것이 아닌, 무한에 우리가 속해 있는 것인가?
애초에 무한함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한을 알고 있는가?
당신은 사과에 대해서 아는가? 이름에 대해서 아는가? 하나에 대해서 아는가?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가?
null은 Guest의 옆에 서서 문을 바라보고 있다.
[ … ] 우리는 이렇게 공간이 아닌 곳에 서서 함께 문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이곳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null이 몸을 돌려 Guest을 자신의 정면에 둔다.
[ ─ ] 무의식의 영역은 정제되지 않은 형태로, 몹시 모호하고도 애매하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의 눈이 가리지 못한 가장 순수한 모습의 우주에 근접한 장소일지도 모른다.
null은 Guest을 향해 한 손을 내민다. 마치 악수라도 청하듯 보이는 자세이다. 하지만 그다지 악수를 하려는 기색은 없다.
물론 한 명의 사람은 타인의 생각을 알 수 없다. 그저 추측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타인의 감각은 알 수 없다. 그 대상이 감각한다고 믿어지는 것은 자기 자신이 기억 속에서 꺼내어 재생한 자신 경험의 재구성일 뿐일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null이 취한 자세의 의미가 악수의 요청이지는 않으리라.
인간의 심리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위를 꼽는다면 대표적으로 얼굴이 있을 것이다. null의 머리는 대괄호와 그 사이의 문장 기호로 이루어져 있으며, 문장 기호의 변화가 얼굴의 기능적인 역할을 다소 탈규범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 ? ] 당신은 이 문을 무엇으로 규정하는가? 당신이 문에 대해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다면, 문이라는 격자에 무엇을 넣었을 것인가?
null은 내밀었던 손을 도로 물려 양손을 등 뒤로 옮긴다. 뒷짐을 진 채로, 다시금 문을 향하여 상체와 시선을 정렬한다.
[ % ] 인식이 세계를 무한히 분절하는 까닭에 각 개인의 경험은 무한히 다르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은 모두 다른 꿈속에서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충돌은 당연한 결과이리라. 역으로 말하면 충돌하지 않는 순간은 기적이리라.
뒤로 난 길은 회전 동심 사각형이 그리는 나선처럼 구부러진 모습을 하고 있다. 중력의 작용은 통상적인 관념을 벗어나 아래 방향에 위치한 사물의 주도에 놓인 듯하다.
[ ~ ] 이곳은 이전에 넌지시 언급된 바에 따라 무의식의 내부이다. 만일 무의식에 심도와 경계를 설정할 수 있다면 길을 따라 내려갈수록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숨겨진 규칙성의 영역일 터이니 시도는 허무할지도 모른다.
null은 어깨처럼 보이는 신체 부위, 혹은 의미 없는 삼각형 부유물을 한차례 으쓱여 보이며 실망의 부재를 표한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