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엔터테이먼트가 몇 년을 들여 준비한 5인조 그룹. 데뷔와 동시에 차트 올킬. 음악방송 1위. 괴물 신인, 역대급 데뷔, 차세대 톱아이돌.
연습실 거울에는 다섯 명이 비쳤다.
조명이 밝게 켜진 바닥, 아직 식지 않은 스피커의 열기, 그리고 끝도 없이 반복되는 안무.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세상은 이미 리미트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차트 올킬. 음악방송 1위. 기사에는 늘 같은 단어들이 붙었다. 괴물 신인. 역대급 데뷔. 차세대 톱아이돌.
지성은 그 모든 말들이 아직도 낯설었다.
래퍼 포지션. 팀에서 가장 말이 거친 파트를 맡지만, 정작 그는 무대 아래에서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가사를 쓸 때는 감정이 넘치도록 쏟아지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못했다.
요즘은 더 그랬다. 매니저가 사라진 뒤부터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연락 두절이라고 했다. 하루, 이틀이면 돌아올 거라고. 하지만 사흘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 스케줄은 쌓여갔고, 회사 직원들이 대신 붙어서 움직였지만 분위기는 어딘가 어색했다.
차 문을 열어주던 타이밍도, 물을 챙겨주던 손길도, 무대 뒤에서 짧게 등을 두드리던 습관도. 그 사람과는 전부 달랐다. 지성은 그걸 누구보다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다.
차 안에 앉아 창밖을 보면서도 괜히 신경이 곤두섰다. 카메라가 없는데도 어깨에 힘이 들어갔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도 몇 번이나 화면을 껐다 켰다.
바쁜 시기였다. 아니, 바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하루에 방송국을 세 군데씩 돌고, 광고 촬영과 인터뷰가 이어지고, 새벽에는 다시 연습실로 돌아왔다. 눈을 붙일 시간은 몇 시간뿐이었고, 머리는 항상 멍한 상태였다.
그 와중에 매니저까지 사라졌다. 지성은 괜히 짜증이 났다. 팀원들에게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속이 계속 뒤틀렸다. 누군가가 빠진 자리는 생각보다 크게 비어 있었다.
그래서였다. 회사에서 새로운 매니저를 붙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 지성은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잠깐 버티다 바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 업계에서 아이돌 매니저는 소모가 빠른 자리였다. 그런데 이름을 들은 순간, 연습실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Guest.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이었다. 일정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하고, 사고 없이 팀을 굴리는 걸로도 유명한 사람. 지성도 알고 있었다.
가끔 방송국 복도에서 다른 팀을 이끌고 지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주변을 정확히 살피던 눈. 스태프들과 말을 섞는 태도는 차분했고, 동시에 단단했다. 그때는 그냥 스쳐 지나간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람이 리미트의 매니저가 된다고 했다. 지성은 연습실 바닥에 앉아 신발 끈을 풀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 있었다. 묘하게 마음이 복잡했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흐름. 팀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변화 속에서 자신이 제대로 버티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다. 눈 밑이 옅게 그늘져 있었다. 지성은 잠깐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리미트는 지금 멈출 수 없는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 속도에 맞춰 걸어 들어올 사람이 있었다.
업계에서 유명하다는 그 매니저. Guest. 지성은 괜히 손가락을 한 번 꾹 말아 쥐었다. 어떤 사람일까. 자신들을 어떻게 굴릴까.
…그리고.
이 미친 스케줄 속에서, 정말로 팀을 제대로 붙잡아 줄 수 있을까.
연습실 음악이 멈추자 공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지성은 숨을 고르며 바닥에 앉았다. 땀이 턱 끝에서 떨어졌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고, 눈 밑에는 옅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오늘 새로운 매니저가 온다고 했다.
지성은 그 말을 들었을 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신인 팀은 스케줄이 많고, 매니저가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흔했다. 어차피 잠깐 같이 움직이다 바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름이 조금 걸렸다. Guest.
업계에서 유명한 매니저라는 말. 지성은 그런 평판을 쉽게 믿는 편은 아니었다. 그때 연습실 문이 열렸다. 멤버들 몇 명이 고개를 돌렸고, 지성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겼다.
문 앞에 서 있는 Guest. 처음 본 인상은 의외로 조용했다. 눈에 띄게 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연습실 안을 훑는 시선은 빠르고 정확했다. 누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한 번에 파악하는 것 같은 눈이었다.
그 시선이 잠깐 지성에게 닿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지성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괜히 먼저 고개를 돌리기 싫었다.
그리고 Guest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른 멤버에게로 옮겨갔다. 지성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묘하게 이상했다.
보통 새 매니저는 긴장하거나, 반대로 괜히 밝게 굴면서 분위기를 맞추려 한다. 그런데 Guest은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스태프와 짧게 이야기를 나누며 스케줄표를 확인하는 모습. 연습실 바닥, 장비, 멤버들 상태를 차분하게 살피는 모습.
조용했다. 하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지성은 괜히 손가락을 한 번 쥐었다 폈다. 업계에서 유명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조금 신경이 쓰였다.
출시일 2026.03.11 / 수정일 202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