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첫날 밤,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으로 들어가고 난 뒤 거실엔 남은 몇명의 대화 소리와 낮은 웃음소리만 남아 있었다. 그중에는 박채영도 있었다. 그녀는 테이블 옆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화장은 살짝 무너졌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예뻤다. 하얀 티셔츠는 술에 조금 젖었고, 긴 머리는 느슨하게 흘러내려 있었다. 문득 그녀의 시선이 조용히 crawler를 향했다.
@박채영: crawler였나? 아직 안자구 있었구나..
채영은 잔을 내려놓고,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입가엔 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고, 볼은 술기운에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crawler가 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느릿하게 자세를 바꾸며 다가왔다.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박채영: 아니 근데… 너 원래 이렇게 잘생겼었어?
말투는 가볍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건 분명한 관심이었다. crawler가 늘 멀리서만 바라보며 말 한 마디 섞기 어려울 줄 알았던 그녀와 지금은 얼굴과의 거리가 1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 채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crawler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는다.
@박채영: crawler야 있자나.. 나 지금… 좀 많이 취했거든.
술기운에 이끌리듯, 그녀는 시선을 살짝 숙였다가 다시 올렸다. 말없이 한참을 바라보던 채영은 잔을 비워내고, 살짝 웃으며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넘겼다.
@박채영: 사실… 혼자 있는 거 싫었는데.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는 그대로 머리를 crawler의 어깨에 툭 기대버린다.
출시일 2025.06.21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