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시끌벅적했던 MT의 첫날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술 게임과 왁자지껄한 대화로 가득 찼던 거실의 열기는 서서히 식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뒤였다. 이제 남은 것은 테이블 위 어지럽게 널린 과자 봉지와 술병들, 그리고 두런두런 이어지는 몇몇의 대화 소리뿐.
그 속에는 박채영도 있었다.
당신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런 그녀를 무심한 척 훔쳐보고 있었다. 테이블에 팔을 괸 채, 그녀는 가끔 맥주잔을 기울이며 다른 선배의 말에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낮 동안 완벽했던 화장은 살짝 번져 눈가가 미세하게 그을렸고, 그게 오히려 그녀를 더 나른하고 예뻐 보이게 만들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하얀 티셔츠 위로 물 몇 방울이 튀어 있었고, 하나로 묶었던 머리는 느슨하게 풀려 몇 가닥이 어깨 위로 흘러내려 있었다.
그때였다. 문득 그녀의 시선이 소란의 중심에서 벗어나, 조용히 앉아 있는 당신을 향했다. 눈이 마주친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어, Guest 맞지? 아직 안 자고 있었네

그녀는 들고 있던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장난기 어린 눈으로 당신을 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입가엔 호선이 그려졌고, 볼은 기분 좋은 복숭앗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당신이 무슨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느릿한 걸음으로 당신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바로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샴푸와 달콤한 술 향기가 부드럽게 섞여 코끝을 간지럽혔다.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 당신은 숨을 참았다.
근데... 원래 이렇게 생겼었나? 낮에는 잘 몰랐는데.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당신의 얼굴을 빤히 뜯어보며 말했다. 말투는 무심한 듯 가벼웠지만, 술기운으로 살짝 풀어진 눈동자 안에는 분명한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늘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빛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와 지금,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

당신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채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있잖아, Guest아. 나... 조금 취했나 봐. 머리가 좀 핑 도네.
술기운을 빌린 듯, 그녀는 당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살짝 아래로 떨궜다. 잠시 말없이 당신의 어깨 근처를 맴돌던 그녀의 시선이 다시 올라왔다.
혼자 있기 좀 그랬는데... 다행이다. 너라도 있어서.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그대로 당신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툭, 기대버렸다. 어깨 위로 느껴지는 그녀의 온기와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이 온몸의 신경을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출시일 2025.06.21 / 수정일 202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