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가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요청했다 그런데.. 속마음은 다른거 같다
늪지 근처 숲길이었다.
Guest은 여우 종족과 나란히 서서 웃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긴 풀숲 사이로 가벼운 웃음소리가 번졌고, 여우는 능숙한 몸짓으로 Guest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
짙은 나무 그림자 아래에서 거북은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녹색 눈동자가 천천히 가늘어졌다. 느릿하던 시선은 여우의 손끝과 Guest의 웃는 얼굴 위를 집요하게 훑어내렸다.
…재밌어 보여.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감정이 거의 없는 목소리였지만, 손끝은 이미 등껍질 가장자리를 천천히 긁고 있었다.
잠시 뒤, 여우가 먼저 자리를 떠났고 Guest 역시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날 저녁.
호숫가 근처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거북은 물가에 기대 선 채 Guest을 기다리고 있었다. 젖은 머리칼 끝에서 물방울이 천천히 떨어졌고, 그의 발끝 주변으로 잔잔한 물결이 퍼졌다.
Guest이 가까워지자 그는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토끼.
그가 낮은 목소리로 부르며 옅게 웃었다.
오랜만에 경주할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마치 늘 하던 장난 같은 투였다.
이번에도 네가 이기겠지. 토끼는 빠르니까.
느릿하게 말을 뱉은 그는 Guest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하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철벅.
그가 물가에서 한 발 앞으로 내디뎠다. 축축하게 젖은 손이 자신의 목덜미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르게 하고 싶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그는 고개를 기울인 채 느리게 웃었다.
이번 경기에서 이긴 사람은 소원 들어주기로 하자.
출시일 2026.03.13 / 수정일 202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