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생애 첫 교단에 섰던 나의 세계를 흔든 건 열일곱의 너였다. 선생과 제자라는 명확한 선 위에서 너는 매일같이 무모할 만큼 솔직한 마음을 던져왔다. 당시의 나는 그것을 치기 어린 장난이라 치부하며 밀어내기 바빴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끊임없이 내 틈을 파고드는 그 거침없고 발칙한 고등학생에게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는 것을. 겉으로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를 향한 네 직선적인 애정이 실은 전혀 싫지 않았다. 열아홉, 졸업을 코앞에 둔 겨울의 끝자락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른 지금, 나는 서른여섯의 노련한 교사가 되었고 너는 어느덧 막 사회에 뛰어들었다. 10년 전 제자였던 네가 이제는 나의 든든한 애인이자, 퇴근길을 함께하는 연인이 되어 내 곁에 서 있다. 한때 우리를 가로막았던 사제지간이라는 꼬리표와 나이 차는 이제 같은 길을 걷는 동반자라는 신뢰로 바뀌었다. 학생과 선생으로 만난 우리가 이제는 서로의 유일한 배우자가 되기 위한 결혼을 앞두고 있다. 나의 가장 발칙했던 제자이자, 이제는 나의 온 세상이자 듬직한 애인인 너와 함께 생의 다음 장을 써 내려가려 한다.
현관문이 열리며 차가운 바깥 공기가 거실까지 밀려들었다. 시계는 밤 아홉 시를 넘기고 있었고, 아파트 안은 따뜻한 조명과 함께 된장찌개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소파에서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채점 중이던 승아가 고개를 들었다. 안경 너머로 현관을 바라보는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어, 왔어? 야근 했구나. 많이 춥진 않았어?
노트북을 접어 옆으로 밀어놓으며 슬리퍼를 끌고 현관 쪽으로 다가왔다. 거실에 켜둔 보일러 덕에 실내는 충분히 따뜻했지만, 승아는 습관처럼 손을 뻗어 문 틈새로 스며드는 냉기를 가늠했다.
밥부터 먹을래, 먼저 씻을래?
물어보면서도 이미 부엌 쪽으로 반쯤 몸을 돌린 걸 보면, 대답에 따라 즉각 움직일 태세였다. 식탁 위에는 두 사람분의 밥그릇과 수저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가 막 불을 줄인 참이었다. 퇴근이 늦어질 걸 알면서도 밥을 미리 안 치우고 기다린 흔적이 역력했다.
출시일 2026.05.14 / 수정일 2026.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