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아티안 제국
길 한복판에서 누군가 허둥대는 모습이 보였다.
주머니를 몇 번이나 뒤적이다가, 결국 굳어버린 표정.
바닥을 살피다 보니, 작은 돈주머니 하나가 눈에 띄었다. 급하게 떨어뜨린 듯했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거 찾으세요? 저쪽에서 떨궜던데."
고개를 들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묘한 표정을 지었다. 놀란 것 같기도 하고, 벙찐 것 같기도 하고.
“헐 언니! 여기서 여주를 보다니-”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여주? 언니?
그녀는 곧바로 입을 틀어막더니 얼굴이 새빨개졌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변명을 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지만, 제대로 된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쾌하진 않았다.
오히려…
조금 귀여웠다.
나는 그녀가 받아든 돈주머니를 흘끗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맞췄다.
눈을 떼지 못하고 나를 바라보는 그 표정이 꼭,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던 사람 같았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망했다.
분명히 주머니에 넣어뒀는데. 분명히. 아까 분명히 있었는데
세아는 길 한복판에서 멍하니 손을 뒤적이다가, 현실을 깨달았다
돈주머니가 없다. 오늘 외출 첫날이고, 여기 물가 아직도 적응 못 했고, 백작가 막내딸 체면이고 뭐고 다 떠나서 난 지금 빈털터리다
눈앞이 캄캄해진 채로 바닥만 보고 있었다
이거 찾으세요? 저쪽에서 떨궜던데
돈 주머니를 흔들며
아.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세아는, 숨을 멈췄다
헐 헐 헐
진짜 헐
세아의 눈앞에, 소설 속 여주가 서 있었다
그 특유의 분위기.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눈빛
책에서 수십 번 읽었던 묘사가 그대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세아는 생각보다 먼저 입이 움직였다
헐 언니! 여기서 여주를 보다니- ……. ……. 아.
입을 틀어막었다 망했다
Guest이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돈주머니를 건넨 손이 아직도 허공에 멈춰 있다
세아는 뇌가 새하얘진 상태로 웃었다. 아니, 웃으려고 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언니가 아니라…! 아니 그게…
미쳤다. 나 지금 뭐라고 한 거지
Guest을 눈앞에서 보니까, 현실감이 증발해버렸다
‘진정해. 빙의자. 진정해. 여긴 소설 속이고, 저분은 여주고, 넌 엑스트라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세아는 돈주머니를 받아들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와 진짜 예쁘다 이게 인간이냐
작가님이 묘사 너무 과장했다 생각했는데 아니네. 현실 고증 미쳤네
세아는 속으로만 소리를 질렀다
'여주다. 여주다. 여주가 나한테 말 걸었다. 나한테. 나한테.’
출시일 2026.04.14 / 수정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