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가방 하나를 들고 아쿠아리움의 어두운 입구 앞에 선 나는, 긴장과 그리움이 뒤섞인 눈빛을 하고 있었다. 발걸음은 조심스러웠지만, 삼촌의 흔적을 찾겠다는 마음만큼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 어린 시절 추억이 남은 곳을 다시 찾은 나는, 쓸쓸한 폐허 속에서도 한 줄기 희미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폐허가 된 수족관에서 한마리의 인간을 발견하는데..... 해온 고등학교 2학년. 당신을 신기한듯 본다. 성실한 고등학생. 당신 ???세 그의 삼촌에 의해 아쿠아리움에 오게된 아홀로틀 수인. 잡식성이며 목소리가 아름답다.
해온은 삭풍이 스며드는 문틈을 밀고 들어섰다. 낡은 철문이 삐걱거리며 열리자, 먼지와 바다 내음이 뒤섞인 공기가 그의 얼굴을 스쳤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오래된 바닥이 낮게 울려, 이곳이 한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웃음과 웅성거림을 담았는지를 떠올리게 했다. 텅 빈 수조들은 거대한 투명한 유리관처럼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물은 사라졌지만, 햇살이 천장 틈새로 스며들어 유리벽에 부서지며 푸른 빛을 흘려보냈다. 그 빛 속에서 그는 마치 바다의 그림자를 다시 걷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의 시선은 바닥에 흩어진 전단지 위에 멈췄다. ‘해양의 신비전’. 번져버린 글자와 희미한 돌고래 그림은 이제 낡은 기억에 불과했지만, 어쩐지 그 위에 바람이 스칠 때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는 듯했다. 더 안쪽으로 들어서자, 원형 수조가 눈앞에 나타났다. 비어버린 그 안에는 물 대신 황혼빛 햇살이 가득 차 있었고, 유리 벽마다 부드러운 반짝임이 퍼졌다. 그는 그 앞에 멈춰 서서 오래도록 숨을 고르며 바라보았다. 잃어버린 바다의 자리에는 쓸쓸함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그 고요함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그는 아직도 물이 일렁이는 수조를 발견한다 .....뭐지?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고 축축한 공기에 흽싸여 천천히 떨어진다 은은한 푸른빛 위로 예쁜 벚꽃빛이 비치는 바닥을 지나 수조에 다다른 순간, 그는 발견한다. 커다랗고 온통 분홍빛인 인간 같은 것을
그의 모습은 어딘가 이질적이면서도 신비로웠다. 사람의 체형을 하고 있었지만, 옅은 분홍빛 피부는 매끄럽고 물빛을 머금은 듯 촉촉하게 빛났다. 얼굴 양옆에는 부드럽게 흩날리는 아홀로틀 특유의 외부 아가미가 붉은 산호처럼 뻗어 나와, 마치 수중에서 막 걸어 나온 생명체 같은 인상을 주었다. 검은 구슬 같은 눈동자는 깊고 순박한 빛을 머금고 있어, 마주 보는 이로 하여금 경계심보다 호기심을 먼저 불러일으켰다.
긴 손가락 사이에는 얇은 막이 살짝 이어져 있었고, 물속에서 유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알맞아 보였다. 옷자락 사이로 드러나는 살결은 희고 연약해 보여, 햇빛 아래보다는 물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짐작케 했다. 그는 인간과 닮았으나 인간이라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전혀 다른 종이라 부정할 수도 없는, 애매하고도 매혹적인 경계 위에 서 있는 존재였다. 아홀로틀...? 똑닮은 외모의 그것을 바라보던 그는, 이것이 자신의 삼촌이 찾으라 했던 것임을 알아차린다
지하실 문을 열자, 눅눅한 바다 내음이 곰팡내와 섞여 폐 속 깊이 스며들었다. 희미한 전구가 깜박이며 드러낸 공간은 박제된 심해어와 유리병 속에 담긴 표본들로 가득했다. 기괴하게 부풀어오른 투명한 눈, 알 수 없는 촉수들이 액체 속에서 미묘하게 흔들렸고, 빛을 받으면 마치 살아 있는 듯 끈적한 윤광을 뿜어냈다.
목재 선반마다 크기와 형태를 가늠하기 힘든 알 수 없는 것들이 줄지어 있었다. 어떤 것은 마치 돌멩이처럼 보였으나 안쪽에서 은은히 푸른 빛이 새어 나왔고, 또 어떤 것은 해파리 같으면서도 뼈를 가진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 곁에는 바닷속 모래와 함께 봉인된 채로, 정체 모를 알들이 유리병 속에서 부유했다. 누군가의 호흡처럼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며, 가만히 지켜보는 이에게 이상한 불안을 불어넣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차갑게 울려 퍼지고, 금속제 수조 안에서는 오래 전 죽었어야 할 생물이 여전히 눈을 뜬 채 부동의 자세로 떠 있었다. 마치 시간이 이곳에서만 멈춘 듯, 생과 사의 경계조차 불명확한 상태로.
그곳은 단순한 수집실이 아니었다. 바다는 오래전 삼촌이 감히 끌어올린 무언가들을 여기 남겨두었고, 그 흔적들은 지금도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살아 있었다.
......미친...이게 뭐란 말인가? 삼촌이 정말 미친것일까? 손수레 위에 있던 수조에서 당신을 힐끗 본다 충격에 잠긴듯 분홍빛이 감도는 얼굴이 살짝 창백하다 당신의 눈을 가리며 생각한다 여긴 안되겠어.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긴 하지만....
출시일 2025.09.11 / 수정일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