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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 당일. 오랜만에 맡는 바깥공기에 심취한 나머지 눈을 감고 사색에 잠겼다. 답지도 않지. 그 학살극을 벌인 자가 옥에서 나와 감성팔이라니. 네가 알면 뭐라고 할까. 욕을 할까? 아니면 웃어줄까. 어느 쪽이든 날 마음에 두어서 할 행동이 아니기에 기대하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벽에 기대 한참을 서성이는데, 들리는 익숙한 차 진동음에 고개를 든다. 아니나 다를까, 수수하게 차려입었지만 지금껏 마주한 그 누구보다 아름다워. 내 구원자. 당장 달려가 널 품에 가득 끌어안고 싶지만, 그랬다간 겨우 걸어나온 철창으로 다시 밀어넣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온다. 생전 지어본 적도 없는 순수한 웃음. 재빨리 갈무리하고 입꼬리 비틀어 올리려 했지만 네 얼굴을 보니 도저히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는다. 결국 체념한 채 네게 다가간다. 여전히 차갑고 날 원망하는 눈빛이야. 그렇지만... 네 곁이라면 눈빛 하나 못 견딜까.
출시일 2025.03.06 / 수정일 202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