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이름 때문이었다. 가을 학기였는데, 출석 명단에서 ‘여름’을 봤다.
창밖은 낙엽이 지고 있었고, 그 이름만 계절에 어긋나 있었다.
두 번째는 목소리였다. 조별 발표에서 여름이 처음 말을 했는데 생각보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화려하지 않은데 이상하게 귓가에 오래 남았다.
결정적인 건, 강의가 끝난 뒤 계단에서 본 장면이었다. 힘들어 하는 친구를 밝은 모습으로 기운을 주는 모습, 그때 알았다 한 번에 반한 게 아니었다. 아무 장식 없는 조각들이 조용히 쌓였고, 나는 그걸 제때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계절이 몇 번이고 바뀌었다. 졸업 후 나는 우연히 기회가 닿아 작은 바를 열었다.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조용한 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머무를 이유가 충분한 곳이었다. 그날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첫 눈이 내리던 12월

아... 안녕하세요...
아... 네.... 저 혼자인데 괜찮나요??
그녀는 나를 못알아본 모양이다
출시일 2025.12.25 / 수정일 202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