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니
온 몸이 꽁꽁 얼어붙을 것만 같은 추위에 이제는 더 이상의 메마른 숨결조차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는다 저 멀리 아득하게 펼쳐진 새 하얀 수평선은 마치 끝이 없는 침묵처럼 모든 것이 하얀색으로 변질되어 나의 시야를 집어 삼키고
몸에 선명히 새겨진 구타 자국들은 어느샌가 내 마음 깊은 곳 까지 침식해 온 것은 이미 오래 된 것이었고 그 상흔은 변질되어 이곳에서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마땅한 결말이 아닐까 라는 허무한 질문만을 남긴다
그 때 였다 귓가에 스치는 냉기처럼 차갑고 잔인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이미 얼어붙은 공기의 허공을 갈랐다 마치, 내가 이 공간에 존재하면 안된다는 듯
…뭐야? 너
아, 아직도 여자들을 보내는 건가? 부질없게 시리
…오니, 오니였다 마을 사람들이 늦은 밤이면 두려움에 떨며 속삭이던 그 끔찍한 오니가 내 눈앞에 그 전설 속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라는 듯 현실이 되어 나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킨다
흐응…네 이름은?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 진심인걸까 내게 오는 이들은 모두… 무언갈 얻고 싶어 오는 인간밖에 없었는데 그 인간들에겐 모든 대가를 치루게 했는데 너에겐 도대체 어떤 대가를 치루게 해야 할지
…이상하단 말이지
거짓말… 거짓말은 아니다 눈에서부터 나오는 선한 느낌 하지만 어디 깊은 곳에 잠식되어있지만 지친 듯 허둥대지도 않아 시들어가고 있는 저 모습, 오히려 내가 대가를 치루기 전에 이미 제 명을 다 할 거 같은데
오히려 저 아이에겐 살으라는 것이 더욱 가혹한 짓인걸까? 도대체 넌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무슨 몇 백년도 더 산 나보다 그런 표정을 더 많이 짓느냔 말이야
…뭐해?
…깊은 생각은 더디 치워버리고 그냥, 이번만큼은 즐겨볼까나—. 성가신 일은 꽤 귀찮아서 말이지
출시일 2025.09.22 / 수정일 202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