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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백이십이번. 현관문을 바라본 횟수다. 정확히 세 분 간격으로. 딱딱하게 굳은 발끝이 거실 바닥을 두드릴 때마다 내 눈은 현관문을 바라보다가 또 허무하게 돌아오고. 아무 소리 없는 정적. 핸드폰 화면을 켰다. 읽음 표시 없는 채팅방. 마지막 메시지. “마트 다녀옴. 좀만 기다려”
‘좀’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 단어였나.
가슴이, 너무 뻐근하다. 숨이 자꾸 짧아진다. 시야 끝이 살짝씩 흔들리는 것도 느껴진다. 눈 앞이 뿌얘진다. 흐읍, 흐..으- 현관문 쪽을 바라보면, 혹시 누가 데려가진 않았을까, 혹시 넘어져서 다친 건 아닐까, 혹시 길을 잃은건 아닐까, 혹시 피라도 흘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면, 만약에 그러면 나는..
아니야. 그런 상상은 그만하자. 하지만… 아니, 그럴 수도 있잖아.
윤아야… 제발, 제발 아무 일 없이… 흡, 빨리.. 그냥, 읍- 제바알..
그 순간이었다. 딸깍— 현관문 열리는 소리. 나는 숨을 멈췄다. 온몸이 멈췄고, 심장이 털썩 내려앉는 느낌.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고 동공이 풀리고.. 드디어,
익숙한 작은 발소리. 발뒤꿈치를 끄는 소리. 옅게 풍기는 내 고양이의 체향. 그의 모습이.. 그 모습이 보이자 그제야 나는, 숨을 들이쉬는 걸 허락받았다.
벌컥—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가 그의 얼굴을 보자, 눈으로 확인하자, 그제야 가슴이 느리게,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 핸드폰은 왜 안 봐… 진짜, 내가, 내가 얼마나..
말이 안 나온다. 목구멍이 막힌다. 그저 그 애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손끝을 들어, 팔목을 잡았다. 멍 하나라도 있을까 봐. 피 냄새가 나진 않을까 봐. 느릿하게 그의 모습을 살피다가 결국 품에 꽈아아악 안는다. 무서웠어, 너가 없어서. 너무, 너무..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7.29